해마다 이맘때면 봄의 향기를 만끽할 수 있는 덕유산자락의 조용한 산촌마을 무주군 안성면. 춘풍에 봄내음을 가득안고 외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면소재지를 중심으로 한 인적 드문 이곳 신촌마을 간선도로에 위치한 5평 가량의 아담하고 옛스러운 미성이발소, 멀리서 한눈으로 봐도 돌아가는 오색의 싸인볼을 보노라면 백옥같은 순결과 정감이 마음속 깊이 와 닿는다.
거기서 한참을 서성이며 주위를 바라보고 머뭇거리다, 스르르 문을 열며 중절모를 벗고 들어가시는 어느 80대 노부부 어르신들. '세월앞엔 장사없다'고 엉거주춤 굽은 허리춤을 움켜쥐고 할멈의 부축을 받으며 초연한 모습으로 머리손질을 기다리는 인자하신 모습의 오영환(85세)할아버지와 그 옆에 앉아계신 할머니.
모진 세월동안 인고의 한을 견디며 살아온듯 이마에 깊이 패인 주름살을 바라 보게된다.
과연 이분들은 다가오는 6.2지방선거에 대한 느낌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실까?
미래의 당내 입지 강화를 위한 무원칙한 경선방식 및 살기위한 처절한 진흙탕싸움과 몸부림, 진실과 소신은 온데 간데없이 명분과 실리만을 추구하는 물먹는 하마들, 진정 주인이 누군지도 모르고, 머슴인지도 모르는 무식똑똑자들과 남이야 죽든 말든 나만 살면 된다는 독단적 이기주위 극치를 달리고 있는 요즘의 작태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토해낸다.
하지만 이곳 시골마을 노부부의 삶의 진솔함과 깊게 패인 잔 주름속에서 묻어나는 무언의 존경심과 애잔함이 더욱 가깝게 느끼게 된다.
잠시 후 할아버지께서 머리손질을 받자 할머니는 할아버지옆에 바짝서서 물끄러미 할아버지만 바라보고 있다.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데도 정성어린 관심과 진정어린 사랑을 보냄으로써 후미진 한켠의 어두운 곳을 밝혀주는 촛불같은 따뜻한 사랑과 등대같은 성실한 안내자역할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조용한 아침을 생각케 한다.
노부부는 "권력은 일장춘몽이며 화무는 십일홍 같은 것일 텐데…"하며 또 다시 권력무상과 권불십년을 중얼거리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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