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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칼럼] 월드컵 단독중계냐 교차중계냐 - 전용배

전용배(동명대 체육학과교수)

월드컵이 한 달 정도 밖에 남지않았지만 SBS의 월드컵 독점중계에 따른 논란이 해결되지 않고 있다. SBS는 지난 2006년 8월 IOC와 FIFA로부터, 2010년부터 2016년까지, 4개의 올림픽과 2개의 월드컵 중계권료를 각각 7250만 달러, 1억4000만 달러라는 엄청난 고가에 사들였다. KBS와 MBC의 제소에서 보듯이 그 파장이 작지 않다. 먼저 법리적인 문제부터 살펴보면, 보편적 시청권이 제기될 수 있다.

 

보편적 시청권이란 "방송법 제 76조 및 동법 시행령 60조의3에 따라 국민관심행사의 경우 대다수 국민들이 시청할 수 있도록 방송 수단을 확보해야 하는 규정"을 말한다. 즉 올림픽과 월드컵은 국민 전체 가구수의 90% 이상이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이미 방송통신위원회가 유권해석을 통해 밝혔듯이 큰 문제는 없다. 차라리 방송법 76조에 나와 있는 "지상파 방송사업자를 포함한 모든 방송사업자와 중계방송권자 및 그 대리인에게 재판매할 의무를 지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에 대해 SBS가 성실히 임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물론, 우리나라도 메가스포츠 이벤트를 과거처럼 지상파 3사가 동시 중계할 이유는 없다. 시청자의 채널 선택권은 차지하고 지구상에서 올림픽이나 월드컵을 지상파 여러 채널이 동시에 중계하고 있는 나라는 없기 때문이다. 밴쿠버동계올림픽을 SBS가 단독 중계했음에도, 방송중계시간은 중국을 제외하고 가장 긴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국민적 관심사가 큰 스포츠이벤트이긴 하지만 '우민국가'도 아니고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따라서 KBS, MBC, SBS가 모두 월드컵을 동시 중계하는 것은 전파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월드컵과 관련해서 SBS만의 단독중계는 미증유의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일본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NHK와 5개 민영방송이 가입한 '재팬 컨소시엄'이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중계권 협상에서 창구 역할을 한다. 월드컵과 올림픽의 공익성을 고려하여 NHK가 협상을 주도하고 중계방송도 중복되지 않도록 NHK가 조정한다. 수신료로 운영하는 NHK가 중계권료의 50~60%를 내고 주도권을 쥐며, 경기별로 방송사들이 추첨을 해 중복 방송을 피한다.

 

유럽도 올림픽의 경우에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모여 '유럽방송 연맹'이란 단일 창구를 만든다. 또한 IOC가 보편적 접근권을 내세워 올림픽 경기의 95% 이상을 무료로 방송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지상파의 협조 없이 케이블방송이 높은 값을 주고 중계권을 사들일 수도 없다. 다만 월드컵 중계의 경우 이탈리아, 영국 등은 미국처럼 방송사들이 따로 경쟁을 벌인다. 하지만 보편적 접근권을 법으로 보장해 유료 채널이 독점 중계권을 따더라도, 주요 경기는 지상파로도 방송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올림픽과 월드컵중계권을 두고 각 방송사들이 철저히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본이 취하는 방식이 그나마 적합한 모델이다. 공영방송의 주도아래 방송 3사가 나누어서 중계하는 것이 모양이 가장 이상적이다.

 

SBS는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케이블, 위성방송, IPTV 등 유료방송 사업자에게 동계올림픽을 재전송하는데 대한 대가를 요구해 논란이 있었는데, 올림픽과 월드컵 등 국민적 관심 행사에 대한 재전송 대가를 별도로 요구할 경우 이는 결국 소비자에 대한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기 때문에 '보편적 시청권' 개념과 배치될 수 있다. 또한 케이블 등 유료방송 사업자와 갈등으로 올림픽, 월드컵의 재전송이 불가능해졌을 경우 SBS는 보편적 시청권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올림픽과 월드컵중계권을 고가를 들여 확보한 SBS는 이미 스포츠중계권에 관한한 기득권이다. 지상파 3사가 월드컵이나 올림픽을 동시에 같은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것을 반대하지만, 교차중계는 필요하다. 미래 스포츠시장을 예견컨대, 우리나라의 경우 방송 3사가 Korean Pool을 형성하여 접근하지 않으면, 모두가 피해자가 될 뿐이다.

 

/전용배(동명대 체육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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