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요즘 1박 2일의 주역 김C가 "연예인은 공인이 아니다"라는 발언으로 또 다시 해묵은 논쟁이 연예계뿐만 아니라 네티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과연 연예인은 어떤 공인이길래 이토록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는 것일까? 우리는 유명 연예인의 화려한 이미지 이면에 숨은 단점까지 모두 알고 싶은 과도한 대중적 관심과 가혹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댐으로써, 유명 연예인이 스타가 아닌 한 사회의 일원으로써 살아가기에 너무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또한 연예인에게만 가혹하고 필요 이상의 감정적 반응과 처벌이 내려지는 사건을 종종 목격해 왔다.
보편적으로 우리에게 공인(公人)이란 공적 자격을 갖추고 일을 행하는 사람을 일컫는데, 자신의 이익보다는 타인의 이익, 특히 국가나 사회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존경을 내포한 인물을 뜻한다. 과연 연예인을 공인(公人)이라는 큰 틀 속에서 바라보며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필요할까? 그렇다면 공적인 행위와 예능적 행위의 차이는 무엇일까? 관심의 차이에서 연유된 소비사회가 만들어낸 행위적 산물은 아닐까? 소비사회와 대중매체의 발달로 인해 연예인은 공인이 되어버렸고, 혹시 우리는 그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만 공인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아닌지, 상품만 보고 구입하는 극히 변덕스러운 소비자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이 그대로 노출되는 사회 속에서 그들의 외치는 항변에 한번쯤 귀 기울이며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물론 예외적으로 판단할 사항이 있을 것이다. 공인은 아니지만 공인보다 더 큰 영향력을 미칠 때가 문제가 된다. 유명한 예능인으로서 우리 사회의 민감한 부분, 특히 사회정치적 문제를 언급할 때는 공인의 잣대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무작정 공인의 논리로 그들을 함부로 재단하고 속단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중의 관심과 인기로 먹고사는 연예인에게 공인이라는 과도한 틀과 허울 좋은 딱지를 붙이고 이런저런 도덕적 잣대를 제시하며 유명 연예인에게 완벽한 인간성을 요구하거나 과도한 국민적 정서까지 들먹이면서 필요이상의 분노나 흥분보다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보면서 즐겼으면 하는 바램이다.
연예인들도 툭하면 공인이라는 단어를 예를 들어 음주운전, 단순폭력 등 각종 사회적 물의를 빚은 후에 눈물 한 방울과 함께 "공인으로써 물의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한다. 과연 이런 상황에 공인이라는 단어가 어울릴까? 연예인 스스로도 반성하고 단어사용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연예인은 순수하게 공인(工人)이며 대중의 인기와 관심에 좌지우지되는 단순한 유명인일 뿐이다. 즉 공적 영역과 사적영역을 정확히 나누어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일전의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나 클린턴의 성스캔들을 보면, 더욱 명약관화하다. 우리의 도덕적 기준으로 볼 때, 그들은 아마도 영원히 매장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어떠한가? 다시 말해 연예인에 대한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을 정확히 구분하고, 그들을 응시하는 불편한 시선을 우리 스스로 거두어야 한다.
전주 '영화의 거리'가 말 그대로 사람들로 북적북적하다. 행여 누가 볼까봐 그러는지 모자를 푹 눌러쓴 연예인도 간간히 눈에 띤다. 전주 '영화의 거리'를 당당하게 활보하며, 우리와 같이 스스럼없이 어울리는 연예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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