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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스님교육 개편안 공개에 관심

예비스님들을 교육할 때 한문경전 비중을 줄이고 외국어와 사회과학 교육을 강화하며 지방승가대학 중 부실한 곳을 구조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조계종 승가교육 개편안이 공개됐다.

 

승가교육 개편안은 불교계를 이끌어나갈 주역인 맨파워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자승 총무원장 스님 체제 출범 후 조계종이 핵심 과제 가운데 하나로 내건 사업이다.

 

하지만 교과과정ㆍ교과목, 교육기관 조정 등 굵직한 부분 두가지를 모두 건드린 이번 개편안에 대해 종단 내 반발도 만만치 않아 슬기로운 합의점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조계종에 따르면 조계종 교육원(원장 현응스님)은 지난달 30일 '기본교육기관 교과과정 및 교과목 개편안', 이달 4일에는 '승가기본교육기관 및 전문교육기관 조정안'을 공개하고 내부공청회도 열었다.

 

이번 개편안에서 집중 수술대상으로 지목된 곳은 기본교육기관이다. 기본교육기관은 행자교육을 받은 사미와 사미니가 비구나 비구니로 계를 받기 전에 필요한 자질을 갖추도록 교육하는 승가대학(강원)을 주로 가리킨다.

 

조계종의 기본교육기관은 전국 19개 사찰에 개설된 지방승가대학(강원)과 서울의 중앙승가대학 1곳, 동국대 서울과 경주캠퍼스 2곳, 기본선원(백담사 소재) 1곳 등 23곳이다.

 

재학생수는 지방 19개 승가대학에 809명, 기본선원에 161명, 동국대에 119명, 중앙승가대에 158명 등 총 1천247명이며 이 가운데 사미가 752명, 사미니가 495명이다. 하지만 지방승가대학의 경우 최근 출가행자수가 감소하면서 학년별로 정원이 5명도 안되는 곳이 8곳이나 되는 등 유명무실한 곳도 많다.

 

조계종 교육원은 개편안에서 지방승가대학의 경우 ▲교과목과 교재를 현대화ㆍ한글화해 한문해석에 소요되는 교육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철학, 비교종교학, 사회학 등 현대사회와의 소통에 필요한 인접학문을 가르치고 ▲영어, 일본어 등 불교와 관련한 어학교육을 시키겠다고 밝혔다.

 

또 초기불교 교리를 교육시키고, 불교미술이나 문화재, 불교의례 등 불교문화관련 교과목을 학습시키며, 포교와 사회복지, 불교심리상담, 종무행정 등 포교 실무에 필요한 교육도 강화하기로 했다.

 

실제로 교육원이 공개한 교과과정 및 교과목 개편안을 보면 예비스님들은 승가대학 4년 내내 영어ㆍ 일어를 배우고, 3학년 때는 사회과학 일반과 비교종교학, 철학개론을, 4학년 때는 불교의 사회적 참여를 가르치는 실천불교 윤리를 배운다. 또 학점제와 교육평가제도 도입돼 학사관리가 강화된다.

 

교육기관 조정안도 민감한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기본교육기관 가운데 교과과정과 적정수의 교수 및 학인, 교육시설 등을 갖추지 못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곳은 인가를 취소하는 등의 조정을 검토하고, 일반인 학생과 같이 교육을 받는 동국대학교는 기본교육기관에서 제외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사찰들이 운영하고 있는 학림 3곳과 율원 8곳 등 전문교육기관 11곳의 교수진이나 교육여건을 확충할 필요성도 제기됐고, 나아가서는 전문대학원의 운영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런 개편안에 대해 지방 교구 본사에서 주로 운영하는 지방승가대학들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기본교육기관 교과과정 및 교과목 개편안' 공청회에는 지방승가대학 교수진의 모임인 지방전국강원교직자연합회가 불참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학습효과를 위해 서구식 교육체계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조계종지(宗旨)를 체득해 정체성을 확립시킨다는 종단의 가풍과 거리가 멀고, 대승경전은 한문텍스트가 대부분으로 한문교육은 조계종 승려라면 당연히 기본적으로 갖춰야하는 소양"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방승가대학을 운영하는 지방 교구 본사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반발도 상당하다.

 

이런 기류에 대해 최근 진행한 승려사유재산종단귀속령과 사찰부동산관리법 등의 시행ㆍ제정과정과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과정에서 소통부족을 지적받고 있는 총무원 측은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교육원은 지방승가대학 측의 반발에 대해 "승가교육과정 개편 논의는 오랫동안 진행돼왔고, 설문조사에서도 80% 이상이 교과과정 개편 의견을 개진했다. 교육원 개편안은 이런 논의를 더 공론화하고 의견을 수렴하자는 취지로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교육원 불학연구소 소장 원철스님은 "기존의 논의와 자료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안을 만들어 일단 공개한 것인데,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들이 있는 것 같다"며 "6월 중 지방승가대학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여는 등 충실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올해 안에 개편안을 확정하겠다"고 말했다.

 

한문교육이 소홀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교육원은 불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이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한문교육을 부차적으로 본 반면, 지방승가대학 측은 한문위주의 전통적인 교육방법을 주로 할 것을 여전히 강조하는 것이 차이"라며 "개편안에는 한문교육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한문불전 강의도 전학년에 걸쳐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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