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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처럼 딸처럼 情나누고 살지요"

8일 어버이날 앞두고 만난 전주 누엔 띠 뚜엔·장성순씨

6일 베트남에서 시집와 출산을 앞두고 있는 결혼이주여성 누엔 띠 뚜엔씨가 '친정어머니'장정순씨와 함께 전주의 한 유아용품점에서 옷을 고르고 있다. 추성수([email protected])

"베트남에 있는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요. 그래도 바로 곁에 친정엄마 같은 분이 계서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2007년 11월 베트남에서 전주로 시집온 누엔 띠 뚜엔씨(24·전주시 인후동)는 지금 만삭의 몸이다. 뚜엔씨는 이달 중순이 출산예정일인데다 어버이 날을 맞아 친정 어머니 생각이 더 간절하다고 했다. 게다가 출산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남편은 말 못할 사정으로 아내 곁에 있을 수 없게됐다.

 

시댁은 형편이 좋지 않다. 보호받아야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많지만, 그럴 때 일수록 서러움만 더 커져간다. 낯선 땅에 홀로 떨어져 있어 '친정엄마'가 사무치게 그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뚜엔씨에게는 믿고 기댈 구석이 생겼다. 공교롭게도 친정어머니와 동갑인, 한국에서 만난 또 다른 '친정 엄마' 장정순씨(43·전주시 인후동)다.

 

장씨는 지난 2006년부터 결혼이주여성과 연을 맺게 됐다. 당시 전주 한별산부인과에서 아이를 낳았는데, 같은 날 베트남 이주여성도 출산을 했다. 그리고 이 여성이 서글프게 외치는 '메(me)~'라는 소리를 신경질이 날 정도로 지겹게 들어야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메'는 베트남어로 어머니를 뜻한다. 펑리라는 이 베트남 여성은 출산 뒤 친정어머니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것이다.

 

장씨는 이후 펑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10명의 이주여성들에게 친정 어머니가 됐다.

 

뚜엔씨와 만나게 된 것은 1년여 전이다. 장씨의 큰 딸보다 한 살 어리지만 너무도 열악한 상황에 처해있는 뚜엔씨를 보고 장씨는 가슴이 뭉클했다. 특히 뚜엔씨의 남편이 집을 비우면서 장씨는 더 바빠졌다. 보일러도 들어오지 않는 뚜엔씨의 집을 보고 백방으로 뛰어 난방시설을 설치해주고 동사무소와 구청도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었다.

 

출산을 앞둔 지금은 병원비와 산후조리원 주선을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 이런 장씨의 노력으로 도움의 손길도 이어졌다. 전주 덕진구청 시민생활복지과 이형구 계장은 긴급생활자금 지원을 주선해줬고, 우아2동주민센터 강윤희씨와 전주 덕진경찰서 손수미 경사도 지원에 발 벗고 나섰다. 또 전주 한별산부인과는 병원비를 받지 않고 뚜엔씨를 치료하고 있으며, 국제로타리 3670지구는 보일러 설치에 도움을 줬다.

 

"사랑스럽고, 예쁘잖아요. 안쓰럽기도 하고요." 장씨가 친딸 이상으로 뚜엔씨를 대하는 이유다. 장씨는 지금 출산이 임박한 뚜엔과 그 아들을 위해 유아용품과 옷가지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하지만 장씨가 마냥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자주 눈물바람 한다고, 발 잘 먹지 않는다고, 공부하지 않는다고, 게으름 피운다고 뚜엔씨를 나무라기 일쑤다. 뚜엔씨의 장래를 위해 때론 냉정한 어머니의 면모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무척 착한 사람이고요, 우리 엄마 같아요." 뚜엔씨는 수줍게 장씨를 바라보며 고마움을 표했다. "한 번 인연 맺었는데 끝까지 가야죠." 장씨와 뚜엔은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전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지난 2008년부터 전주 해바라기봉사단원 등 내국인 여성들을 결혼이주여성들과 멘토·멘티로 연결해주고 있다. 장씨와 뚜엔씨의 인연도 전주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고리 역할을 했다. 전주에서는 현재까지 이주여성을 포함한 60여명이 멘토·멘티 결연을 통해 어머니와 딸로 연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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