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영양소 풍부한 발효식품의 진미…혼합비율·숙성과정따라 맛도 다양
입에 불이 나게 매운 고추장부터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고추장에 이르기까지 고추장의 진화가 계속되고 있다. 한국 첫 우주인 이소연씨도 러시아 우주왕복선 소유즈호를 타면서 고추장을 챙겼을 정도니, 우리나라 식단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될 존재가 바로 고추장이다. 하지만 고추장 선호도는 가지각색. 어떤 이들은 입안이 얼얼하게 매운 고추장을 좋아하고, 또 어떤 이들은 덜 매우면서 달콤한 고추장을 찾는다.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식품연구원이 고추장의 매운 맛을 5단계로 구분하는 표준등급 도입을 밝힌 것은 고추장의 세계화를 위해서다.
고추장은 콩을 주원료로 고추장 메주와 쌀과 보리 등 전분, 고춧가루를 섞어 발효시킨 제품이다. 콩에서는 단백질, 쌀과 보리 등에서는 탄수화물, 고춧가루에서는 비타민을 얻는다. 고추장은 다른 장류와 비교할 때 곡류의 함량이 많고 간장에 비해 비타민이 많은 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모두 들어 있는 셈이다.
고추장의 최대 장점은 발효 식품이라는 데 있다. 고추장의 달큰한 맛, 신맛, 고소한 맛 역시 미생물의 발효에 의해 얻어진다. 단맛은 전분에서 분해된 유리당, 신맛은 당을 발효시켜 생성된 유기산, 고소한 맛은 단백질에서 분해된 유리 아미노산에 의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들 재료의 혼합 비율과 숙성과정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진다. 재래식 메줏가루를 사용했을 경우 당화 또는 단백질 분해가 이뤄지지 않는다. 국균(麴菌)으로 발효시킨 개량 메줏가루을 사용하면 훨씬 더 맛있는 고추장을 만들 수 있다.
최근엔 재래식 방법을 개량해 엿기름가루를 물에 담가 효소(아밀로오스)를 추출, 그 물로 녹말을 반죽한 뒤 녹말을 효소화시켜 메줏가루·고춧가루·소금을 넣어 버무리는 방법도 고안됐다. 이 방법으로 담그면 고추장에 윤택이 나고 단맛이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추장은 에너지 대사를 촉진시키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이 체지방 축적을 억제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부산대 식품영양학과에 따르면 흰 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고추장은 고춧가루보다 체중 감소 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제대로 발효되지 않은 고추장은 발효된 전통 고추장이나 공장 고추장에 비해 체중 감소 효과가 크지 않다.
순창하면 고추장이고 고추장 하면 순창이다. 순창은 전통식품 인지도 면에서 이론의 여지 없이 1등 브랜드다. 집집마다 수백여 개의 고추장독이 즐비한 이곳에서는 매년 10월 장류축제를 통해 장류 국제포럼을 비롯해 순창고추장 요리 경연대회와 국악대전 등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고추장민속마을에 마련된 장류체험관 숙소에 가면 체류비 3만원과 각종 체험료 1만8000원만 내면 고추장 한 팩까지 얻어가니, 입소문을 타고 관광 명소로 각광받고 있는 추세. 이제 고추장은 한식의 세계화에 나설 때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