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은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는 등불이십니다. 등대가 없다면 배가 자기 길을 찾아갈 수 없듯이 부처님은 모든 중생이 자기 길을 갈 수 있게 이끌어주십니다. 그래서 우리는 부처님오신날 등불을 밝힙니다."
불기2554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지난 13일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스님을 찾아 부처님이 세상에 오신 뜻을 들었다. 혜총스님은 "천안함 희생자들의 49재에 다녀오는 길"이라며 "국내외적으로 혼란스럽고 힘든 세상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집무실에서 인터뷰에 응한 혜총스님은 "그래서 부처님이 이 세상을 사바세계라고 하셨다"며 "참고 견디지 않으면 잠시도 헤쳐나갈 수 없는 세상이다. 그러나 길지 않은 짧은 생에 자신도 이롭고 이웃도 이로운 일을 하라는 것이 부처님 말씀이셨다"고 말했다.
"부모님, 선생님, 선배의 말씀이 귀한 것처럼 인생을 살아가는데 부처님의 말씀이 귀중합니다. 부처님오신날 등불을 밝히는 것은 어두운 데서 벗어나서 환한 세상에서 행복하게 살라는 뜻입니다. 즉, 공부하지 않고 닦지 않아서 깜깜한 '무명(無明)'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말씀을 알고 수행해 밝고 환한 곳에서 살자는 뜻이지요"
올해 부처님오신날의 봉축표어는 '소통과 화합으로 함께하는 세상'이고, 조계종 총무원의 핵심 모토도 '소통과 화합'이다. 그러나 나라 안팎은 물론 조계종 내에서도 소통과 화합과는 거리가 먼 일들이 많다.
특히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경쟁과 반목의 분위기가 고조될 수 있는 상황에서 소통하고 화합하는 길은 무엇인지 조언을 부탁했다.
혜총스님은 "지도자는 지도자답게, 국민은 국민답게, 학생은 학생답게 제자리를 찾아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모였을 때 소통과 화합이 되는 것"이라며 "자기 분야에서 책임의식과 장인 정신을 가진 '수처작주(隨處作主)'의 정신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소통과 화합의 길"이라는 답을 돌려줬다.
"'지도자가 국민을 불신하고, 국민이 지도자를 불신하고, 부모가 아이를, 선생님이 학생을 불신한다면 큰 장애가 생깁니다. 상대방이 있기에 내가 있고 내가 있기에 상대방이 있습니다. 내가 바로 상대방이며 나의 행복이 상대방의 행복입니다. 즉, 남과 내가 둘이 아니라는 불이(不二)의 경지에 들어갈 때 진정한 소통과 화합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찰마다 불이문(不二門)이 있는 것입니다. 불이의 정신은 불교의 기본이에요."
아울러 "소통에는 반드시 진실이 수반돼야 한다"며 "반야심경에 이르셨듯이 '진실불허(眞實不虛)'라고 해서 참된 것은 헛되지 않다. 진실로 대하면 누구든 상대의 존경을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2006년 11월 포교원장으로 부임해 4년째 조계종의 포교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혜총스님은 그간 "수행과 포교는 둘이 아니다"라는 소신으로 "첫째도 포교, 둘째도 포교, 셋째도 포교"라고 강조해왔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층을 불교로 이끄는 어린이ㆍ청소년 포교에 집중적으로 힘을 실었고 연예계, 체육계 등 각계에서 불자를 발굴하고 그들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일에도 노력했다. 최근에는 200명으로 구성된 전법단을 조계종 사상 처음으로 출범시켰고 지역별로 포교결집대회도 준비 중이다.
혜총스님은 KBS 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 등에 출연하는 강호동씨도 불교계에서는 다 아는 불자라면서 "강호동씨가 내 집무실에 와서 '시후'라는 아들 이름을 받아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포교에 대한 스님의 각별한 애정은 스님의 출가 인연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혜총스님은 서른을 넘기기 힘들다는 말에 11살 어린 나이에 양산 통도사에 입산, 자운스님의 맏상좌인 보경스님을 은사로 득도해 1956년 자운스님을 계사로 사미계를, 1963년 범어사에서 동산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받았다.
자운스님의 손상좌였던 혜총스님은 자운스님을 40여년간 지극정성으로 시봉한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자운스님은 성철ㆍ청담ㆍ향곡스님 등과 함께 부처님 법대로 살아보자며 오늘날의 수행풍토를 만드는 기틀을 잡은 봉안사 결사에 동참했고 동국역경원 3대 원장을 지내면서 한문 경전의 한글 번역사업에 기틀을 마련했던 근대 한국 불교의 큰 스님이다. 당대 최고의 율사이기도 했던 자운스님은 지난 3월 열반한 법정스님 등 우리 불교계의 숱한 큰 스님들에게 계를 준 어른이었다.
혜총스님은 "처음 절에 갔을 때 자운스님께서 내게 3천배를 하라고 해서 '스님 내가 죄도 안 지었는데 왜 3천배를 합니까'라고 따질 정도로 당돌했다"며 "그때 어른스님이 '너는 아직 모르지만 나이 들면 알 수 있다'고 말씀하셨는데 살아보니 그 뜻을 알게 됐다"고 회고했다.
"절에 가기 전에 개구쟁이였습니다. 개울을 막고 미꾸라지와 피라미를 잡았고 잠자리를 잡아서 꼬리를 잘라서 대롱을 달아 날리기도 했죠. 내가 몸이 약하니까 어머니가 닭을 잡아 고아주셨죠. 그때 내가 그 잠자리였다면 닭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런 생각을 뒤늦게 하게 됐습니다. 질투하는 마음, 상대방을 배척하는 마음… 죄 아닌 것이 없지요. 죄를 짓지 않기 위한 것이 바로 수행과 포교입니다."
"불교는 윤회를 믿는 종교입니다. 아주 잘못된 행동을 하면 지옥으로 가고 그 위가 아귀-축생-수라-인간인데 인간으로 이생에 태어났다면 전생에 상당한 복을 지었다는 것입니다."
혜총스님은 "자운스님을 40년간 모시겠다고 했고 실제로 그 약속을 지켰고 스님이 큰 절 주지를 하지 말라고 해서 한번도 공직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며 "공직을 맡는 대신 부산시불교연합회를 1979년에 만들었고 부산 지역에서 불교복지사업을 사실상 처음으로 한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1970년대 중반 뇌성마비 복지시설에 위문을 다니면서 설날 즈음에 그들과 함께 떡국을 먹다가 그만 왈칵 먹던 것을 토해내고 말았습니다. 그날 저녁 '너는 좋은 일 한다고 너풀대지만 위선자구나. 네가 만약 장가를 가서 저런 아이들을 낳았다면 아비로서 토했겠느냐, 너는 부모도 못되고 당사자인 장애인도 못되는구나'라며 스스로 반성하는 글을 썼습니다."
혜총스님은 대한불교신문의 사장과 발행인, 편집인을 지냈고 부산지역에서 사회복지법인 불국토 등을 이끌면서 포교에 매진하고 있다. 절집 내에서 다양한 스님들과 깊은 인연을 이어온 혜총스님이 2000년에 낸 에세이집 '꽃도 너를 사랑하느냐'에는 남의 책에 서문을 써준 적이 거의 없는 법정스님의 애정어린 서문이 실려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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