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윤걸(예원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 교수)
축제는 끝났고 축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이런 평가들에 대해 볼멘 소리가 심심치 않다. 심지어는 축제평가를 평가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릴 정도이다. 왜 그럴까? 이는 축제를 만들어간 역사보다도 축제를 평가하는 역사가 더 짧기 때문에 축제를 평가하는 일이 축제를 만드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데 너무나 쉽게 축제의 성과를 재단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제대로 된 평가란 어떻게 하는 것일까? 사실 나 역시 여전히 어떻게 하는 평가가 바람직한 것인지 확신이 없다. 하지만 최소한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는 믿음은 가지고 있다. 첫째, 한 가지 평가틀을 가지고 모든 축제를 평가하는 잘못을 범하지 말자는 것이다. 축제마다 탄생 배경이나 성장과정, 목표가 다르고, 기대효과 또한 다르다. 따라서 축제를 평가하는 잣대 또한 달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축구경기에 야구 규정을 적용하는 것과 같다.
둘째, 프로그램간 성과에 대해 기획자의 의도나 예산을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결과만 가지고 평가하지 말자는 것이다. 이를테면 "A 프로그램은 잘 되었으나 B는 매우 부실하다" 같은 류의 평가를 흔하게 내리는데, 이는 반드시 축제의 주제 및 기획의도에 따르는 프로그램간 비중이나 예산의 분배 정도를 고려하여 비중을 달리하여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 축제에서 무엇보다도 비중있게 판단해 주어야 할 것은 축제가 갖는 주제의식을 뒷받침하는 프로그램과 많은 예산이 투여된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나머지 '구색맞추기' 프로그램이나 적은 예산이 소요되는 프로그램은 그 역할에 맞는 비중 정도에서 평가해야 옳을 것이다. 물론 예산이 프로그램의 비중에 맞게 적절히 분배되었는지에 관해서는 평가자가 지적할 수 있을 것이나 축제를 설계하다보면 예산의 부족으로 기획자가 눈물을 머금고 선택과 집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모든 프로그램을 같은 비중으로 평가하여 축제를 재단하는 것은 축제의 기획과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같다.
셋째, 축제에 투여된 자원의 총량을 가늠하지 않은 채 축제간 비교를 시도하는 경우이다. 각 축제가 갖는 자원의 총량은 판이하게 다르다. 그래서 현실감각이 있는 평가가 필요하다. 대부분의 지역축제가 축제 운영 경험이 일천한 가운데서 치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축제들을 대상으로 평가하면서 몇 십년의 역사를 거치며 발전해 온 유명 축제의 잣대를 들이대며 평가하는 것은 공정치 못하다. 그것보다는 해당 축제의 발전과정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작년과 올해의 성과를 비교하여 축제가 어떤 발전 경로를 걷고 있는가를 확인하고 그 소에서 축제의 성과를 찾아보는 것 말이다.
아직도 축제의 평가는 갈 길이 멀다. 평가가 비판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상의 개선에 목적이 있는 것이라면 그것이 충분히 실현 가능한 대안이어야 하며, 현실에서 적용 가능한 것이어야 마땅하다. 이럴 때 우리가 내놓아야 하는 현실가능한 대안은 막연한 상상력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지역과 축제에 대한 주도면밀한 이해로부터 나오는 것일 게다. 모든 평가자들이 평가 대상인 축제의 시스템과 그 프로세스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 그리고 동원가능한 자원 조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바탕으로 가장 적합한 평가모형을 개발하여 문제의 개선을 도와주는 친절하고 자상한 조언자가 되어주도록 하자.
/문윤걸(예원대 문화영상창업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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