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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연 관람료 낮출 수 있을까

국내에서 공연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나 외국 가수의 콘서트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이유는 뭘까.

 

한국공연예술경영인협회는 다음달 3일 '한국 공연 시장의 과열 경쟁 및 가격구조 문제와 대안'을 주제로 한 학술 세미나에서 국내 공연 관람료가 치솟고 있는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

 

세미나에는 학계 전문가와 공연 제작사 대표, 외국 전문가들이 참가해 주제 발표와 토론을 진행한다.

 

다음은 주요 발제문 요약.

 

◆ 뮤지컬 = 뮤지컬 제작감독 조용신씨는 '한국 뮤지컬 시장과 가격구조 문제'라는 제목의 발제문에서 해외에서 들여온 뮤지컬의 티켓 가격이 외국에 비해 비싼 것은 국내 제작사들이 과도한 수입 경쟁으로 상대적으로 많은 로열티를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08~2009년 브로드웨이의 뮤지컬 티켓 가격이 평균 121.5달러였는데, 같은 기간 한국에서 공연된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의 티켓 가격은 화폐 구매력을 반영한 경우 이보다 20% 비싼 수준인 것으로 분석됐다고 조 감독은 설명했다.

 

이는 국내 뮤지컬 제작사들이 라이선스를 수입하려고 과도하게 경쟁하는 바람에 해외 원작자에게 상대적으로 많은 로열티를 지불해 왔음을 뜻하며 라이선스 비용이 티켓 가격에 고스란히 포함되면서 관객 부담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실제로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의 경우 해외 로열티는 일반적으로 매출 대비 12% 수준에서 책정되는데, 최근 공연된 '오페라의 유령'과 '스프링 어웨이크닝' '미스 사이공'은 이 비율이 15%로 치솟았으며 오는 8월 막을 올리는 '빌리 엘리어트'도 14%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 제작사들이 독자적으로 라이선스 확보 경쟁에 뛰어들기보다 각각 라이선스 확보, 자금 조달, 제작 등으로 업무를 분담하고 공동으로 지분 참여하는 방식으로 수익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조 감독은 제안했다.

 

◆클래식 = 허은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연구원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국내 클래식 공연 시장의 경쟁력과 입장권 가격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제기했다.

 

우선 우리나라는 베를린 필이나 빈 슈타츠오퍼 등 해외 유명 오케스트라와 연주자가 내한할 경우 지리적으로 가까운 유럽과 북미 지역보다 항공료 등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여기에 같은 아시아 국가라고 해도 국내 클래식 수요층이 일본보다 얇아서 공연 유치에 투입되는 고정비용의 분산 효과가 적다.

 

더군다나 해외 유명 연주자나 단체에 아시아 지역은 평론이나 명성 유지를 위한 '주요 시장'이 아니어서 이들을 유치하는 입장에서는 협상력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수입원이 없는 민간 공연 기획사는 공연 유치에 따른 위험 부담을 입장권에 전가하게 되면서 결국 티켓 가격에 거품이 끼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허 연구원은 지적했다.

 

허 연구원은 '가격 거품'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공연 기획사간 과열경쟁 방지, 예술단체의 장기적이고 계획적인 모금 활동, 기업 및 개인의 활발한 후원 등을 제시했다.

 

그는 "단기간에 국내 공연 기획사가 관람료 수입을 보완할 안정적인 재원을 찾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면서 "다만 기업의 문화 후원 방식이 가격을 조금이나마 낮추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 대중음악 = 대중음악 분야 발제자인 나인팩토리 대표 김형일씨는 팝 스타들의 내한 공연 시장에서 기획사들의 과열 경쟁이 빚어지면서 입장권 가격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큰 폭으로 치솟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 대표는 콘서트 티켓 가격을 음반가격과 비교해 분석하는 방법으로 영국 인기가수 미카(MIKA)의 내한공연을 예로 들어 한국의 콘서트 티켓 평균가격(8만원)이 CD소매가(1만1천원)의 7.2배 수준으로, 미국(4.5배), 일본(3.7배), 홍콩(4.3배)에 비해 훨씬 높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내한공연의 제작비 구성비율에서 출연자 개런티와 호텔, 차량, 비자 등 출연자 관련 비용이 50~60%를 차지해 무대제작ㆍ프로덕션(20%)이나 홍보ㆍ마케팅(15%)에 쓰이는 비용에 비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출연자 관련 비용의 비중이 높아지는 데는 한 아티스트에 대한 여러 기획사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손익분기점에 의한 예산 도출이 무의미해지고 티켓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감에 따라 흥행에도 실패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 대표는 이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으로 홍콩의 아시아월드, 도쿄의 사이타마 아레나와 같은 1만석 이상의 실내 경기장 등 공연 인프라를 갖추는 한편, 시장의 합의하에 합리적인 티켓 가격이 정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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