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지난달 새만금 방조제 개통식이 열렸다. 1987년 대통령 후보 선거공약 발표이후, 1991년 실제 방조제 사업이 착공된 지 20여년 만에 혹자말대로 세계 최장의 방조제가 결실을 맺었다. 이를 자축하기 위한 다양한 부대행사와 '대한민국을 품고, 세계를 향해 날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깃발축제도 열렸다. 이를 위해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들었고, 향후에도 그 수는 분명 늘어날 것이라는 것을 예측하여 여기저기 해당 시군에서 부산하게 새만금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이번 6.2선거에서도 당연히 새만금개발 관련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 대선 때로 돌아가 보자. 하루가 멀다 하고 새만금을 세계 최대의 꽃시장으로, 두바이나 상하이처럼 혹은 100개의 골프장을 짓자는 등 립서비스 수준의 공약을 저마다 소리 높여 주장한 기억이 주마간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우리에게 새만금이란 무엇일까? 과연 세간에서 말하는 대로 엄청난 경제적 혜택과 풍요로운 미래를 보장하는가? 혹시 우리 사회가 숭배하는 '세계 최대, 최장'이라는 수식어 또는 '새만금=전북 민심'이라는 사고의 틀 속에 얽매여 있지 않은가? 새만금 개발에 대한 해법으로 늘상 이야기되는 것은 관광과 생태보전을 통한 미래지향적 방향을 누구나 제시한다. 하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로 들어가면 알맹이 없는 공허한 목소리일 뿐이다. 실제로 구체적인 목표 지향점이나 실질적 계획이 매우 미흡하다. 현재 선거판도 그렇다. 쏟아지는 개발 구상도 결국 표를 염두에 둔 선심성 지역개발 공약일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새만금 사업이 진행되는 지역은 만경강과 동진강이 자유롭게 흘러 바다와 만나는 강 하구를 틀어막는 하굿둑 건설사업과 강 하구 외측에 형성된 갯벌을 없애는 갯벌간척사업이 합쳐진 대규모 토목공사이다. 세계최장의 방조제라고 이야기하지만 필자가 보이에는 세계 최장의 생태 단두대이다. 우리가 혜택을 입고자 그곳의 터전을 뭉개버리고 단순한 정치적 혹은 경제적 개발논리로 새만금을 과연 재단해도 될까? 다 좋다. 호텔도 짓고 카지노도 짓고 관광단지도 조성하고... 하지만 그로 인한 경제적 파급효과만이 우리 전북이 바라는 최고의 지향점이 될 수 있을까? 필자 스스로 의문이 제기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영상산업의 경우, 전북의 경제발전이 더디게 이뤄짐으로써 예전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여 현재 영화영상 최고의 로케이션 촬영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굳이 개발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를 잘 유지하고 보존함으로써 그 가치를 더욱 빛낼 수도 있다. 한옥마을도 마찬가지이다.
북해 연안 와덴해(독일, 네덜란드, 덴마크)는 우리의 서해처럼 넓은 갯벌이 형성되어 국립공원으로 지정하여 철저하게 갯벌 보호에 힘쓰고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정부나 개발론 자들이 말하는 장밋빛 희망보다는 또한 국제 람사르 협약을 내세울 것도 없이 죽어가는 생명체와 어민공동체를 위해 해수유통의 확대를 통한 갯벌 보존 및 조성에 힘써야 한다. 해수유통을 통해 그냥 자연에 맡겨 참살이 컨셉에 맞는 새만금 개발은 안 될까? 새만금을 가지고 지난 20여 년간 허황된 이야기만 늘어놓는 정치인이나 개발론자를 보는 것도 이제는 서서히 지쳐간다. 2030년에 완공된다는 새만금이 이제는 슬슬 지겨워진다. 나와 삶과는 무관하게...
/김 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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