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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소문난 맛 집엔 레시피가 있다 - 박영준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

 

외지에서 온 손님들이 가끔 전주비빔밥과 전주콩나물국밥에 대한 소문만 듣고 이름난 음식점의 위치를 알려달라고 할 때가 있다. 그럴때면 난 고민을 하게 된다. 소문만 듣고 큰 음식점에 가려고 하는 이들에게 진정한 맛집을 소개해 주고 싶기 때문이다. 큰 음식점과 맛있는 음식점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공연도 마찬가지다. 대규모 공연과 좋은 공연은 분명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규모로 제작된 공연이거나 큰 공연장에서 공연되어야 좋은 작품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소극장에서 하는 공연은 별로야, 난 서울에서만 공연 보잖아". "소극장에서 연극 보는 것보다 뮤지컬 정도는 봐줘야지…". 비싼 공연을 봐야 나의 품격이 높아진다고 생각하는 몇몇 사람들에게 '좋은 공연'에 대한 기준을 묻고 싶을 때가 있다.

 

좋은 공연에 대한 기준은 각기 다르겠지만, 좋은 공연이라면 꾸준히 재공연이 되고 있을 것이다. 재공연된다는 것은 그만큼 작품성과 대중성을 인정받았거나, 공연에 대한 평이 좋아 공연관계자들이 작품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일수도 있다.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나, 공연을 고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대본일 것이다. 좋은 텍스트가 나와야 좋은 배우도 나오고 좋은 연출도 나오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그렇고, 안톤 체홉의 작품이 그러했듯이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시대를 아우르며 공감대를 형성하게 만드는 좋은 텍스트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무조건 창작초연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급하게 공연을 만들어 완성도가 떨어지거나 연습부족이라는 비판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창작초연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필요는 없다. 창작초연이 아니더라도 기존 작품을 맛있게 다시 만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똑같은 재료를 어떤 레시피로 요리하느냐에 따라 음식 맛이 달라지듯, 공연도 어떤 레시피로 만드냐에 따라 그 맛이 달라질 것이다. 좋은 텍스트와 좋은 레시피가 준비되었다면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공연장이다.

 

좋은 공연이 좋은 공연장에서 올려질 때 공연의 참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내려온 공연을 보고 난 관객들이 차가운 반응을 보일 때가 있다. 이유는 서울에서 공연할 때의 공연장과 지역의 공연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는 소극장에서 공연하던 작품이 지역에 내려올 때는 배신이라도 하듯 대극장을 찾는 경우가 많은데, 소극장에서 '좋은 공연'이 결코 대극장에서 '좋은 공연'이 될 수는 없다.

 

최근 다양한 지원사업이 늘어나면서 도내에도 많은 공연들이 무대에 올려지고, 또 공연장을 못 구해 대관할 장소를 알아보는 공연팀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분명 전주에만 10개 이상의 극장이 있는데, 왜 공연팀들은 대관할 장소가 없다고 아우성인가?

 

문제는 좋은 공연을 할 수 있는 공연장이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도 지원사업에서 지원을 받으면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공연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느끼는 게 지역의 현실이다. 좋은 공연을 위한 지원금일 텐데 왜들 큰 공연장에서만 하기를 원하는지 알 수가 없다.

 

최근 대관비 인상으로 지역의 많은 예술인들의 마음이 편하지 않다. 공연장측에서는 인상의 이유가 있겠지만, 지역의 현실에서는 너무 부담이 큰 인상이기에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대관의 치열한 경쟁구도는 누가 만들었을까? 를 생각해 봐야한다. 지역문화예술공연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비율의 공연이 이루어지며 성장해야한다. 대극장 공연과 소극장 공연의 비율의 조화가 필요하고, 공연의 특성에 맞는 공연장을 선택해야만 우리지역을 대표하는 공연이 탄생할 것이다.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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