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찻집이나 허름한 막걸리집에 들어가도 동양화 몇 점 서예 족자 몇 점이 걸려 있는 곳이 전북이다.
일상 속에 살아숨쉬고 있는 전북지역의 문화적 자원은 석공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원석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문화적 자원을 문화콘텐츠로 발굴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문화산업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이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전북일보가 시작한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선정 작업이 끝이 났다. 전북지역에서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혹은 발전시킬 만한 가치를 지닌 문화의 원형과 자원을 정리하는 것은 전북의 미래를 찾는 의미있는 작업이었다. 전북의>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우리의 문화콘텐츠.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을 마치며, 문화전문객원기자들이 우리가 아직 가지지 못한 '대박 문화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방법론을 풀어놓았다. 전북의>
문화전문객원기자들은 "만약 한정된 지면과 기자단의 무지로 소개되지 못한 보물들이 많다면, 오히려 더 잘 된 일"이라며 웃었다.
▲ 전북의 문화콘텐츠, 못다한 이야기
"'경기전과 태조어진'에 대해 취재하면서 우리가 너무 이태조를 서운하게 해드리지 않았나라는 생각과 함께 가을에 열리는 태조어진 전주봉안 600주년 기념행사를 제대로 치러야 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전주 막걸리'와 '가맥문화'는 '전주의 영화' 인프라와 묶어 여행 상품으로 개발하면 경제적 콘텐츠로서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 같습니다."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는 "이번 기획을 통해 왜 전라북도가 가장 한국적인 스타일의 동네인가라는 화학적 분석과 인문석 해석이 나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차문화'를 취재하며 안타까웠던 건 우리지역이 차문화의 본원임에도 불구하고 보성이나 강진 등 다른 지역에 선점을 당했다는 거에요. '바둑'은 중국이나 일본 등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는 인근 국가에서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콘텐츠 개발효과가 비교적 빨리 나타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전주가 고향인 이창호 9단을 이용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이 별로 남지 않다는 점에서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다."
박태건 문화전문객원기자는 "'순례길'과 '둘레길'은 최근 열풍이 불고 있는 걷기 문화로 나타난 최신 콘텐츠이자 투자대비 효과가 가장 좋은 상품 같다"며 "'순례길'의 경우 특정 종교가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종교적 포용성이 부족할 경우 자칫 콘텐츠의 미래에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동학'의 역사는 전북의 각 시·군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각 시·군이 개별적으로 동학 기념사업을 펼치며 다투고 있는 양상인데, 전북이라는 큰 틀안에서 연계해 나가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최기우 문화전문객원기자는 "'언어학자 정인승'과 '소설가 최명희'는 한스타일 중 하나인 한글과 연결시켜 발전시킬 수 있는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또한 "'농촌체험마을'은 농도 전북이 나름대로 살려내야 할 콘텐츠"라고 강조했다.
"'전주 단오'는 규모나 외형보다 원형 복원에 초점을 두고, '창암 이삼만'은 지자체간 또는 관련 단체간 이해다툼이 염려돼 전라북도 차원에서 학술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태권도'는 무주 태권도 공원이 들어선다고는 하지만, 장소적 상징성만 얻고 실제 운영에 있어서는 전북 주민들과 무관하게 운영될 것 같아 우려스러웠습니다."
양승수 문화전문객원기자는 "문화콘텐츠를 찾는 동안 우리 지역을 재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통주'는 쉽게 상품화할 수 있긴 한데, 문제는 시장에 나왔을 때 소비될 수 있는가입니다. 아무리 좋은 술도 소비자의 취향에 맞지 않는다면 팔리지 않을 텐데, 그런 점에서 전통주 동아리나 동호회 활동을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경진 문화전문객원기자는 "'부안 청자'는 기대와 함께 걱정이 많은 콘텐츠"라며 "부안청자박물관에 어떤 유물이 채워질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했다. 쓸만한 유물은 이미 도굴꾼 손에 넘어갔거나 문화재청과 다른 연구소에서 발굴했기 때문. 이런 점에서 청자박물관이 국립박물관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우중 문화전문객원기자는 "우리지역에 존재하는 역사·문화유산은 유·무형의 형태를 떠나 그 자체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고문서'나 '완판본' '마한·백제문화유산' 등에서 알 수 있듯 현재적 상황에서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생산을 가능하게 해주는 탯줄"이라고 말했다.
▲ 스토리텔링과 엮어내기… '대박' 콘텐츠를 향해
"'30번 국도'에서 변산반도 초입에 걸린 입간판 중 하나인 '속도를 줄이면 변산반도의 아름다움이 보입니다'는 기막힌 스토리텔링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토리텔링, 한 줄이면 됩니다."
신귀백 객원기자는 "'순창고추장'에서부터 '고창고인돌'에 이르기까지 역시 필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이라고 말했다.
"문화콘텐츠는 여전히 이야기 예술에서 시작됩니다. 특히 문학텍스트는 방송이나 영화, 애니메이션 등 많은 문화산업의 장르에서 기본 콘텐츠로서 활용되고 있을 만큼 활용의 범위가 넓고 깊습니다. 다행히 전북은 콘텐츠의 원소스로서 중요한 문학콘텐츠가 풍부한 편이지요."
최기우 객원기자는 "우선 문학을 중심으로 문화원형콘텐츠 계발과 개발 방안을 연구하고 정책적 함의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전북이 가지고 있는 유·무형의 문화는 최소한 전북에서만이라도 초·중·고 공교육을 통해서 교육돼야 한다"며 "특히 전통문화의 경우 일선 학교와 연계한 단계적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진 객원기자는 "개발이 인위적으로 변형, 변화시킨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면 계발은 잠재된 것을 깨우치거나 드러나게 한다는 의미"라며 "그런 의미에서 문화콘텐츠는 개발되기 이전에 먼저 계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태건 객원기자 역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보다 기존의 것을 활용하려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동의하며 "예를 들어, '고군산군도' 계발에 '진포해양테마공원'처럼 역사성과 연결시키거나 지역성과 역사성이 투영돼 있는 '철도'가 그 자체로 교통수단이란 점에서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연결시키고 상호 연동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가 소개한 문화콘텐츠가 각각으로도 큰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는 있지만 이를 엮어낼 수 있는 종합적인 계획도 필요합니다. 전북문화의 차별화,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콘텐츠로서 세계화 가능성, 시장가치, 지속가능한 가치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되겠죠."
양승수 객원기자는 "문화콘텐츠는 누가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라며 "문화콘텐츠 원형에 대한 소개에서 나아가 생산과 유통, 소비로의 과정을 좀더 면밀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기우 객원기자는 "해외 시장을 논하기에 앞서 국내 시장에서의 활성화를 먼저 찾아야 한다"며 "국내 마케팅 시장과 타켓이 되는 곳을 조사, 분석함으로써 문화콘텐츠에도 리액션이 필요하다"고 보충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게임이나 영상, 이벤트로 제작해서 유통시킨다면 그 가치가 부쩍 올라갈 수 있을 겁니다."
최우중 객원기자는 "각각의 문화콘텐츠에 대한 꼼꼼한 조사는 물론, 그 속에 숨어있는 재미있는 '꺼리'들을 끄집어내 현대적 의미의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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