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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목대] 춘향전과 방자전 - 조상진

춘향전은 우리나라 최고의 고전이다. 서양의 '로미오와 줄리엣' 못지않게 사랑받고 있다. 그것은 사랑이라는 인류 보편적 가치를 다뤘기 때문이다.

 

고전의 특징은 샘솟듯 변화하는 에너지와 생명력을 갖는다는 점이다. 춘향전 역시 그러하다. 조선 영조·정조 전후에 처음 판소리로 생성된 춘향전은 나중에 소설로 정착되었다. 다시 창극이 되고 만화 희곡 영화 뮤지컬 오페라 등 다양한 장르로 몸을 불렸다. 소설만 해도 판본 이본 4종, 사본 20여 종, 활자본 50여 종, 번역본 6-7종이 전한다.

 

영화도 20편 가까이 된다. 맨 처음 나온 '춘향전'은 1922년 일본인 하야카와 마스타로가 만든 무성영화다. 1935년에는 최초의 발성영화 '춘향전'(이명우 감독)이 만들어졌다. 1955년에 이규환의 '춘향전', 1957년 김향의 '대춘향전'이 개봉되었다. 1961년에는 홍성기 감독·김지미 주연의 춘향전과 신상옥 감독·최은희 주연의 '성춘향'이 경합을 벌였다. 1968년에 홍세미 주연의 '춘향'(김수용 감독), 1971년 문희·신성일 주연의 '춘향전', 1976년 장미희 주연의 '성춘향전'(감독 박태원)으로 이어졌다. 2000년에는 임권택 감독이 만든 '춘향뎐'이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칸 영화제 경쟁부분에 올랐다.

 

또 변주한 영화로는 '그 이후의 이도령'(1936년), '탈선춘향전'(1960년) '한양에 온 성춘향'(1963년) '방자와 향단이'(1972년)가 제작되었다.

 

그리고 2010년 6월 김대우 감독이 만든 '방자전'이 인기를 끌고 있다. 개봉 일주일만에 100만 관객을 넘겼다. 방자전은 원작을 비틀어 방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몸종인 방자는 몽룡과 사랑의 맞장을 떠 춘향을 품에 안는다. 춘향 역시 신분상승을 꿈꾸며 양다리를 걸치고 이몽룡도 출세를 위해 춘향을 이용한다. 이 영화는 배꼽잡는 웃음과 노출마케팅으로 흥행에 성공한듯 하다.

 

하지만 너무 야해 남원춘향문화선양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방자전이 "춘향의 절개와 지조를 모독했다"며 상영중지를 요청한 것이다. 이에 대해 제작사는 "원작을 훼손할 의도가 없었다"며 공식 사과했다.

 

방자전은 춘향전이라는 탄탄한 소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치한 듯한 상상력이 오히려 춘향전을 더 풍성하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조상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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