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분자(覆盆子)는 뒤집힐 '복(覆)'과 항아리 '분(盆)'자에서 이름을 따온 산딸기다. 옛날에 한 남성이 땔감을 장만하기 위해 산에 들어갔다가 산딸기를 발견해 실컷 먹었다. 덕분에 요강을 뒤집어질 만큼 센 오줌이 나와 붙여진 것이라 전한다.
산딸기는 대개 나무딸기와 줄기딸기로 나뉜다. 복분자는 나무딸기의 한 종류로 5월에 흰 꽃이 피었다 지면 6월 말부터 열매를 얻을 수 있다. 복분자는 복분자딸기의 열매를 건조시킨 것으로 초여름 과실이 녹색에서 녹황색으로 변할 때 체취한다. 일반적으로 복분자는 검붉게 익은 성숙한 열매라 여길 수도 있으나, 한약재로 사용할 때는 덜 익은 열매를 이용한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 따르면 복분자의 성질은 따뜻하며 달면서도 신맛이 있다. 남성의 정력을 보충해주며, 여자가 임신하지 못하는 것을 치료한다. 소변의 양과 배뇨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주기도 한다. 자다가 오줌을 싸는 소아 야뇨증(夜尿症), 소변을 참지 못해 화장실에 자주 가는 빈뇨증(頻尿症),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요도를 통하여 소변이 나오는 요실금(尿失禁)에도 좋다.
방약합편(方藥合編)에도 복분자는 눈을 밝게 하고, 기를 보충하며 모발을 검게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모발의 건강은 신장의 정기와 관련 있다. 신장의 정기가 부족하면 모발이 가늘어지며 탈모가 나타나고 건망증이 생긴다. 간장이 허약해지면 눈이 피로해지고 어지럼증과 입 마르는 증상이 나타난다. 복분자는 간장의 기력을 회복시켜 눈을 밝게 해주는 효능을 지녔다.
복분자는 섭취하는 음식에 포함된 포도당과 지방산의 일부만을 흡수하고 나머지는 배출시킨다. 섭취하는 음식의 칼로리가 높더라도 결과적으로 흡수되는 칼로리를 낮춰주므로 비만예방과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장인수 우석대 한방병원 교수는 "복분자는 비타민과 영양소가 풍부하고 에스트로겐 효과까지 있어서 오랫동안 복용할 경우 피부 미용에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과도한 두뇌 활동이나 수면 부족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복분자가 뇌를 맑고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복분자는 상온에서는 상하기가 쉬워 체취한 뒤 저온 저장을 하지만, 효능이 오래 가지 못해 식용 판로가 제한된다. 주로 애주가들을 위한 복분자주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복분자에 황설탕을 섞어 3일만 응달에 보관했다가 찌꺼기를 거르면 복분자 엑기스를 얻을 수 있다. 복분자 엑기스는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하루에 한 컵씩 마시면 남녀 노소할 것 없이 건강에 좋다. 복분자 엑기스와 생수를 1:3 혹은 1:5로 입맛에 따라 희석하면 맛있는 복분자 주스가 나온다.
복분자가 고개 숙인 남성들에게 좋다는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술집에서 복분자주를 찾거나 직접 술을 담가 먹는 사람이 많아졌다. 복분자는 비교적 습하고 비옥한 땅에서 일조량이 풍부해야 잘 자란다고 알려졌다. 국내 주산지는 고창·정읍·순창 등으로 고창은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지역특성화산업지구로 지정, 전국 생산량의 46%를 점유하는 전국 최대 복분자 고장이다. 하지만 도내 복분자가 이상 저온과 일조량 부족 등으로 인한 냉해로 괴사해 농가가 울상이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지원하는 '농업재해 대상'에서도 제외 돼 한숨이 깊어졌다. 전라북도와 지자체는 복분자를 농업재해대상과 농작물 재해보험제도의 품목으로 지정해달라고 건의한 상태. 올해 복분자 농사는 잘 되어야 농민들에게도, 소비자들에게도 만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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