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회화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지만 중요한 부분이 왕실회화다. 조선 왕실회화는 왕권의 신성함을 강조하고 무궁한 번영을 소망하는 것이었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김영원)의 '토요 명사초청 특강'에 초대된 조인수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교수(46)는 "조선 왕실회화는 회화적 완성도를 높기 때문에 한국회화사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며 관심을 환기시켰다.
"조선시대는 초상화 제작이 활발했고, 작품성이 뛰어난 초상화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생동감 넘치고 사실적인 게 특징이죠. 초상화가 정교해진 것은 정신과 기품이 서려 있는 이 작품이 조상을 대신한다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충효를 강조하는 유교 이념이 사회를 지배했다는 증거죠. 그렇다 보니 터럭 하나라도 그대로 묘사하게 됐습니다."
그는 조선후기에 접어들어 극세필로 치밀하게 묘사한 얼굴은 겸손함과 소박함을 미덕으로 삼았던 선비들의 성품을 드러낸다며 간략한 신체는 절제된 몸가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전주 경기전에 있는 태조 이성계 어진은 검은 익선관에 푸른 곤룡포를 입고 의자에 앉은 태조의 모습을 정면으로 묘사한 현존하는 유일한 초상화. 조 교수는 "조선시대엔 전국 여러 지방에 태조 어진을 모시는 진전(眞殿)이 세워졌고, 조선 후기에도 전주와 영흥에서 유지됐다"며 "어진은 일반 백성에게 공개되진 않았지만, 진전과 제향, 어진의 이동을 통해 국가의 상징인 왕의 존재를 뚜렷하게 각인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6·25 전쟁 피난길에서 많은 어진이 화재로 거의 소실, 태조 어진과 영조 반신상만 전해진다. 인쇄술과 사진술이 발전하면서 초상화가 사진으로 대체, 다시 강력한 정치 선동의 무기가 됐다.
중국 한대부터 예(禮)를 기초로 교훈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인물화가 크게 성행했다. 조 교수는 고사(故事)와 연관된 인물들을 담은 고사인물화(故事人物畵)를 예로 들면서 특히 왕실에서 그려진 고사인물화는 정치적 상황과 깊은 관련이 있으며, 화려한 채색에 정교한 묘사가 돋보인다고 했다. 조속의 '금궤도'는 경술왕의 시조인 김알지 탄생 설화. 그는 반정으로 즉위한 인조의 왕권 정통성을 확립하기 위해 신라의 왕통을 김알지에서 경순왕으로 계승했다는 사실을 강조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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