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일반기사

[전통을 살린 사람들] 신광석 고창 '어부명가' 대표

임금님 진상품 '고추장 굴비' 재현 전국 판매량 1위…최고 재료·철저한 위생 관리 옛맛 살려

고창군 상하면 구시포 해수욕장 인근에 있는 ‘어부명가’공장에서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며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한의학도 음식이 약보다 낫다는 뜻의 '약보불여식보(藥補不如食補)'를 강조한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인간을 바라보면 사람은 먹는 것 이상을 뛰어넘을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제화라는 큰 흐름을 타고 세계 각국의 숱한 음식들이 유입되어 우리들을 유혹하고 있다. 또 이들 음식들이 서로 결합하며 퓨전 요리라는 영역을 만들며, 국적 불명의 음식이 쏟아지고 있다.

 

감각적인 맛만을 강조하는 말초적인 경향에 맞서며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간직해온 음식세계를 열어가는 식품업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고창군 상하면 자룡리, 구시포 해수욕장으로 널리 알려진 곳에 자리잡은 '어부명가'(대표 신광석·35). 이 업체는 전통음식의 대표적인 메뉴인 '고추장 굴비'로 수도권 소비자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어부명가에서 생산되는 고추장굴비가 유통되는 곳은 현대백화점. 내로라하는 서해안과 남해안의 숱한 업체를 따돌리고 까다로운 입점 조건을 만족시킨데 이어, 고추장굴비 전국 판매량 1위에 오른 비결은 전통 음식의 맛을 보존하는 한편 위생과 청결을 경영의 최우선으로 삼은 데서 비롯된다. "유명 백화점에 식품을 납품하려면 최고의 맛과 최고의 위생이 겸비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첨단 시설로 전통방식의 비위생적 측면을 해결하고, 전통 맛의 비법을 지켜나가는 방식을 선택해야 합니다." 신광석 대표는 건조과정에서 생기는 잡균 증가를 없애기 위해 식품 건조기를 공정에 투입, 백화점의 미생물 기준을 어렵잖게 맞출 수 있었다.

 

또 최고의 재료를 사용하고, 이에 따라 증가된 원가는 소비자들에게 정직하게 호소한다는 원칙도 철저히 지키고 있다. 임금님 진상품인 고추장굴비는 원래 최고의 굴비에 최고의 고추장을 버무려 만들었지만, 최근 들어 약삭 빠른 상혼이 개입되면서 생굴비로 만들기 힘든 하품으로 고추장굴비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사례가 있었다.

 

"고추장굴비에 처음 손을 댄 때부터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 적정 가격을 받는데 주력했습니다. 다행히 소비자들이 제 정성을 알아주어 해마다 판매량이 늘고 있습니다." 고추장굴비 경력 9년의 신광석 대표의 정도 경영이다. 백화점을 통해 확인된 신뢰가 홈쇼핑과 온라인 판매(www.ezfish.co.kr) 등으로 이어지며 매출의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이력만으로 평가하면 신광석 대표는 특이 사례이다. 건축학을 전공한 신 대표는 졸업후 대학시절 해외에서 닦은 영어 실력을 기반으로 고향 고창에서 영어회화학원을 차려 기반을 잡았다. 하지만 사람과 관계 맺기를 즐기는 천성이 그를 고향에 붙박이로 살게 놔두지 않았다. 20대 후반에 수도권에서 미용 관련 사업에 뛰어든 신 대표는 결국 빚더미에 나앉았다. 하지만 새옹지마라는 말은 현실로 나타났다. 동업자는 도망쳤지만 신 대표 홀로 남아 성실히 빚 수습에 나서자, 주변의 격려가 이어졌다. "식품회사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기반은 당시 쌓은 주변과의 믿음이었고, 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 식품 유통을 도와준 데서 비롯되었습니다." 신 대표의 설명이다.

 

신 대표가 전통식품에 매료된 이유는 어릴 적 부모를 따라 자주 들르던 전통시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어린 시절 시장에서 마주한 우리네 식품들을 자신의 손으로 재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고추장굴비 제조로 이어지자, 정작 부모는 물론 주변 지인들의 반대가 심했다. "전통식품은 사업 대상으로선 맞지 않다는 것이 만류의 핵심이었습니다. 시대 흐름상 이익을 낼 수 없다는 생각들이었죠."

 

전통식품에 대한 신 대표의 애정은 시래기 사업으로 이어진다. "어린 시절 어머님이 차려주신 밥상에는 시래기가 빠지지 않았죠. 시래기에는 한국인들의 향수가 담겨 있고, 사업 대상으로도 훌륭하다고 판단됩니다." 이르면 올해 후반부터 시래기 사업에 뛰어들 예정이다.

 

고창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즐겨온 전통식품인 복분자도 빼놓을 수 없는 사업 품목. 신 대표는 복분자 생과와 함께 복분자즙을 전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유통시키고 있다.

 

식품사업으로 기반을 닦은 신 대표는 최근엔 고창지역 특산품 유통에 관심을 쏟고 있다. "고향에 살다 보니 지역을 위한 사업에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식품 사업으로 쌓은 홈쇼핑 유통망을 활용해 고창쌀 등 지역 특산품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신 대표로선 고향 사랑이자, 사업의 다각화인 셈이다.

 

김경모
다른기사보기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100
최신뉴스

국회·정당연말 정국 혼란⋯"전북 예산 감액 우려"

국회·정당자치단체 에너지분권 경쟁 '과열'⋯전북도 움직임 '미미'

정치일반전북-강원, 상생협력 강화…“특별자치도 성공 함께 만든다”

정치일반새만금, 아시아 관광·MICE 중심지로 도약한다

자치·의회전북특별자치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북자치도 및 도교육청 예산안 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