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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지식의 공유인가, 표절인가? - 김 건

김 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씨엔블루의 〈외톨이야〉가 인디밴드 와이낫의 〈파랑새〉를 표절했다는 의혹으로 바람 잘 날 없는 국내 가요계에 하루걸러 표절 시비가 난무한다. 신곡발표만 하면 악순환의 연속이다. 그런데 표절논란에 대처하는 작곡가나 가수들의 태도나 팬들의 반응이 예전과 사뭇 다르다. 예전의 경우, 그룹 룰라나 김민종 등의 경우 음악활동을 중단하기에 이르지만, 최근에는 '당당하고' 혹은 '뻔뻔하게' 활동하는 추세이다. 새로운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 활용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이다. 이런 와중에 그간 표절시비에 자유롭지 못했던 가수 이효리가 백기를 들고 표절을 인정했다.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겠다는 태도인데, 그간 보여준 다른 가수와는 사뭇 다른 행보이다. 무작정 "아니다" 혹은 "억울하다"라고 항변하기 보다는 스스로의 잘못을 수긍하고 자숙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현재 우리 가요계는 "표절해야 뜨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일침한 가수 진주의 말처럼 혼은 온데간데없고 얄팍한 상술과 리듬만이 남은 음악이 판을 치고 있다.

 

표절문제는 비단 가요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논문표절 시비로 중도에 하차한 정치인을 그간 우리는 무수히 목격했고, 영화, 드라마, 광고 분야에도 표절시비는 끊이지 않는 화두이다. 표절시비의 원인은 당연히 창작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세상에 완전한 창작이란 없다. 예술적 창작은 마티스의 화풍을 모방한 피카소, 크리스토퍼 말로를 모방한 셰익스피어, 모방의 천재인 모차르트처럼 누군가에 영향을 받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내는 예술적 행위이다. 당연히 참조나 모방 없이는 예술이 가능하지 않다. 어느 정도의 참고적 표현은 허용하고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패러디, 오마쥬, 리메이크 등 기존의 작품을 재해석하거나 재창조한 것들은 물론 별개다. 다만 창작의 범위가 어디까지 되는가가 문제이다.

 

예술문화계 전반에 걸쳐 더욱 치밀하게 퍼지는 '표절 바이러스'를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표절논란의 대부분은 명확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유야무야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표절확인 절차가 복잡하고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며 또한 법적으로 판가름내릴 법적기준이나 제도적 장치가 미흡한 실정이기 때문이다. 작가의 '양심'에만 호소하며 예술문화계에 만연된 표절 바이러스를 근절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표절은 원저작자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한 법적 절차에 들어가지 못하는 친고죄 성격이어서 표절이 난무하는데 한 몫을 한다. 외국 뮤지션의 경우 국내 사정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논란에 그치고 마는 경우가 많다. 표절에 따른 법적 소송해서 지더라도 이미 상업적 이득을 본 상태라 손실이 그리 크지 않다는 점도 표절이 만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간 논문표절을 묵인하는 학계의 태도가 예술문화계에 전 방위적으로 파급되어 화를 키운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 이런 점은 단순히 장삿속에 얽매여 기본적인 고유성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하는 인문학적 사고의 결여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간단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엄격한 제도적 장치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일벌백계 차원에서 강력한 법적 절차와 동시에 윤리적으로 표절에 대한 냉혹한 평가를 내려야만 한다. 또한 표절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전환도 시급하다. 이제 단순히 양식(良識)에 맡기기 보다는 표절문화를 발본색원하여 진정한 예술적 창작행위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가 표방하는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정보는 공유되어야 한다"라는 대원칙 하에 공유가 아닌 표절이 더욱 난무하는 것이 아닌가 자문해 본다.

 

/김 건(전주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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