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고향기롭게'는 비구 법정의 불교사상을 시대적으로 적용한 것입니다. 조직의 경직성과 활동의 소극성을 떨쳐 새롭게 도약하고,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역량을 펼쳐갔으면 좋겠습니다."
4일 낮 성북동 길상사에서 시민단체 ㈔'맑고향기롭게의 제2대 이사장으로 지난 5월 취임한 덕현스님의 취임 고불식(부처님께 고하는 의식)이 봉행됐다.
맑고향기롭게는 지난 3월 입적한 법정스님이 만들어 1994년부터 이끌어온 생명사랑과 봉사를 위한 시민단체로 서울ㆍ광주ㆍ부산ㆍ대구ㆍ경남ㆍ대전 등 전국 6개 지부에서 회원 1만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입적 때까지 초대이사장을 맡았던 법정스님은 유언에서 자신의 모든 출판물에 대한 저작권을 맑고향기롭게로 넘겼다.
서울대 법대 졸업 후 법정스님을 은사로 출가했고 법정스님이 창건한 길상사의 주지이기도 한 덕현스님은 취임사에서 "한 시대의 스승이었던 법정스님을 대신해 무거운 소명을 맡으니 고개를 들 수 없고 발길을 가누기 어렵다"며 "이제 맑고향기롭게는 부처님과 법정스님을 중심으로 구심력을 회복하고 보다 분명하게 정체성을 확립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정스님의 입적 이후 사회적으로 이 단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저작권 승계로 예산규모가 늘어날 것을 감안, 중앙회관 건립을 추진하는 등 활동 범위를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
덕현스님은 "불법과 법정사상이라는 구심력을 잃지 않는 범위에서 종교 간 교류와 협력을 강화하고 중앙과 지회도 잘 연계시키며 정치권력이나 집단이기주의와도 긴장관계에서 필요한 선택과 집중을 해나가며 국제적인 안목에서도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모임이 이 시대에 '화중생련(火中生蓮)'처럼 피어나는 수행 공동체이기를 바란다"며 "또 옛문화의 가치들을 오늘에 되살리고 자연의 품으로 더욱 다가갔으면 한다"고 말해 사회활동을 하면서도 수행자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았던 법정스님의 뜻을 이어가야한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덕현스님은 또 "맑고향기롭게와 길상사의 미래, 안정된 발전을 위해 법정스님을 영원히 맑고향기롭게와 길상사, 승속(僧俗)문도회의 회주(會主)로 받들고 모시겠다"고 밝혔다.
이날 고불식에는 길상사 스님들과 한나라당 이계진 의원, 윤청광 이사, 현장스님 등 맑고향기롭게 이사진, 맑고향기롭게 전국 6개 지역 관계자들, 길상사 신도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고불식에서는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출간한 범우사에서 운영하는 범우출판장학회에 장학금 800만원을 전달하는 순서도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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