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유학생이 러시아 최고 미술대학을 우등 졸업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지난주 모스크바 국립 수리코프 미술대학 졸업식에서 '크라스느이 디플롬(빨간 졸업장)'을 받은 조우리(26)씨.
러시아 대학들은 우등 졸업생에게 일반 졸업생이 받는 초록색 졸업장과는 달리 빨간색 겉표지를 한 졸업장을 수여한다.
이 대학 졸업생 85명 중 27명이 이 졸업장을 받았는데 그 중 외국인은 조씨 혼자뿐이며 빨간 졸업장과 별도로 교수 추천 우등 메달을 받은 11명의 학생에도 유일한 외국인으로 포함됐다.
조씨는 2003년 회사원인 아버지를 따라 모스크바로 온 뒤 같은 해 수리코프 대학 예비학부에 입학했고 총 7년 과정의 힘겨운 대학 생활을 시작했다.
수리코프 미술대학은 레핀 미술대학과 쌍벽을 이루는 러시아 최고 명문대학으로 71년 역사를 자랑한다.
예술을 존중하는 나라답게 러시아 학생들의 실력은 만만치 않았고 러시아어가 부족한 그녀로서는 밤잠을 아껴야 하는 몇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씨의 실력은 날로 성장, 4학년 때 만든 프레스코화가 교내 우수 작품으로 선정돼 학교 벽면에 걸렸다. 이 작품은 '젊은 화가'라는 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그녀의 전공은 한국에는 없는 '벽화'다. 한해 평균 졸업생이 10명 정도로 희소가치가 높은 학과다.
정교회를 국교로 삼는 러시아인들에게 성당은 삶의 일부이며 벽화 역시 그들에게 친숙한 미술 장르다. 부자들 사이엔 집 천장에 벽화를 그려 넣는 것이 유행일 정도로 러시아인들은 건물 미관을 중시한다.
조씨는 "한국적 그림의 특징을 '벽'이라는 공간에서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면서 "평면 미술로 원근법을 배제한 벽화는 우리의 병풍 그림과 유사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러시아 미술은 놀라울 정도로 닮은 면이 많다"며 "앞으로 두 나라의 서로 다른 문화를 하나로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조씨는 당분간 프리랜서 화가로 많은 벽화 작품을 경험해 본 뒤 한국으로 돌아가 후진을 양성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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