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는 물럿거라. 할머니들이 뿔났다! '
최근 아동 성범죄가 잇따라 발생,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할머니들이 인형극을 통해 성범죄 예방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전주 양지노인복지관 소속 '애기똥풀' 실버인형극단은 지난 6일 김제 백구초등학교에서 '아동 성범죄 예방' 인형극 공연을 펼쳤다.
'애기똥풀' 실버인형극단은 61세부터 80세의 할머니 8명으로 구성됐다. 이날 '소중한 나, 내가 지켜요'를 주제로 인형극을 선보인 오유심(78), 시태희(69), 송정자(69), 이선순(68), 한길강(67), 김경희(77), 김남옥(68), 이미자씨(64) 등 8명의 할머니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 성범죄 예방법을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했다.
인형극단의 왕언니 오유심씨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극악무도한 범죄가 너무 많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손자·손녀같은 아이들이 피해를 받지 않도록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친자매처럼 서로를 아끼는 이들에게 최근 자그마한 불화(?)가 생길 뻔 했다. 이번 성 범죄 예방 인형극의 역할 분담에 있어 유독 한 배역만 모두가 손사래를 쳤기 때문이다.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집 삼촌이 여아를 성폭행하려고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연히 이웃집 삼촌 역할은 아무도 맡으려고 하지 않았지요. 어쩔 수 없이 맏언니가 그 역할을 하게 됐죠."
지난 2009년 1월 전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금을 지원받아 소외계층과 신·구세대 공감을 위해 탄생된 '애기똥풀' 실버인형극단은 최근까지 지역아동센터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을 돌며 성교육과 효문화에 관한 인형극 공연을 진행하고 있다.
송정자씨는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인형극 공연을 하게 되면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듯, 효과가 크다"면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봉사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형극 공연에 사용 할 인형을 직접 바느질을 해 제작, 대사를 녹음한 뒤 자유자재로 인형을 움직일 수 있도록 꾸준히 연습한다.
"우리 나이 먹어봐, 눈이 침침해서 바늘에 실 꿰기도 어려워. 그래도 어떡하겠어, 직접 만들어야 마음에 쏙 들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도 있고 행복해."
이들은 어린이들이 직접 인형극을 해보고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선생님으로 변신, 손수 가르치기도 한다.
이선순씨는 "내성적인 성격이지만, 인형극 공연을 하면서 많이 활발해졌다"면서 "발표력이 떨어지거나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아이들이 인형극을 배우면 재미있게 한다"고 말했다.
15분가량 아동 성범죄 예방 인형극을 펼친 이들은 공연 중간 중간 '싫어요, 안돼요, 하지 마세요'를 강조, 아이들이 기억할 수 있게 재차 반복했다.
이들은 더 큰 무대,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나기 위해 야심찬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인형극이 아닌 8명의 할머니들이 직접 연극을 하려고 합니다. 벌써 시나리오도 구성했고 연극 제목은 '거울'입니다. 거울이 없었던 세상, 거울이 뭔지도 몰랐던 시대를 배경으로 '거울'로 인해 생기는 갖가지 에피소드를 담아보고 싶습니다."
관객과 교감이 이뤄지고 아이들과 소통의 벽을 허물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이들은 "인형극은 3세대들과 소통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가까워 질 수 있는 선물 보따리다"면서 "돈과 명예보다는 아무 근심 걱정 없이 웃을 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