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성렬(우석대 전기공학과 교수)
아내가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 주말 부부가 된지 두해가 넘었다. 지난 주말 늦은 저녁 서울 집에서 TV를 보고 있는데 영국 유학 시절 동고동락했던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압구정동인데 '트위터 막걸리 소믈리에' 오프 모임에 와있다는 것이었다. 영국 전통주 문화에 관심이 많던 그가 우리나라에도 전통주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막걸리 전도사로 나선 것은 알고 있었는데 트위터 활동까지 하고 있는 것은 천만 뜻밖이었다. 트위터 문외한이라 잠시 망설이다 막걸리 시음회라는 얘기에 솔깃해 아내 눈치를 보며 늦은 외출을 했다.
어두운 골목에 위치한 막걸리 전문점 '막걸리빠'에 도착하자 마침 각자 자기 소개를 하고 있었다. 학생부터 대기업 사원, 금융인, 출판사 사장까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트위터와 막걸리라는 키워드로 뭉친 자리였다. 마지막으로 내 소개를 하면서 전주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왔다고 했더니 환호성이 터졌다. 지난번 오프모임에서 전국16강 막걸리를 놓고 가장 좋은 막걸리를 뽑았는데 '전주막걸리'가 우승했다고 옆자리 후배가 알려줬다. 정말 주위를 둘러보니 '전주 막걸리' 판이었다. 이 날 모임은 전주막걸리와 궁합이 맞는 안주를 선정하는 자리였다.
한달 전 쯤 전북대, 우석대 식품관련학과 교수님들과 막걸리 품질 향상 및 보관기간 연장과 관련해서 제안한 정부 연구개발 과제 평가를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그 자리에 전주막걸리 사장님도 있었고, 전주막걸리가 전국 16강에 선정되었다는 자랑을 들은 일이 있었다. 그때 나는 전국 16강이면 세계 16강이지요 하고 덕담을 했었는데 비록 한 동호회의 투표 결과이긴 하지만 이제 1등으로 뽑혔으니 세계 최강이 된 셈이다.
계속해서 막걸리 잔이 오가고, 순서에 따라 준비된 안주들이 나왔다. 맨처음 '해물 누룽지탕'의 등장. 누룽지의 맛과 막걸리 맛이 비슷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느낄 수 없었다. 다른 이들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탈락. 그 다음 나온 해물 떡복기는 전주 막걸리와 나름대로 잘 어울렸다. 합격. 마지막으로 나온 궁중 떡볶기..... 너무 달았다. 나는 탈락에 한표 던졌지만, 단맛에 길들여진 젊은 세대에겐 무난했나보다. 합격. 이렇게 결정된 당락은 즉석에서 트위터를 통해 팔로워들에게 전달되었다. 투표에 참가하면서 조만간 이들을 전주 막걸리 거리로 초청해 막걸리와 정말 잘 어울리는 안주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투표가 끝나고 '맛집도사'란 아이디로 자신을 소개한 이가 아이패드를 들고 전국 막걸리 맛집 네트워크를 짜고 있는 현황을 보여줬다. 막걸리 순례자를 위한 이정표를 제시하겠다는 것이었다. 아이패드의 다양한 기능을 활용해 시연을 하는 그를 보면서 문득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트위터도 안하고 아이패드도 처음 만져보며 신기해하는 나, IT 전문가 맞아?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첨단 과학 시대의 새로운 문화를 개척해나가는 진정한 전문가들이었다.
/맹성렬(우석대 전기공학과 교수)
▲ 맹성렬 교수는 충남 천안 출생. 서울대 물리학과 학사, KAIST 신소재공학 석사,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공학 박사. (주)LG디스플레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을 거쳐 현재 우석대 IT융합기술 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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