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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지 마라 - 강지이

강지이(영화감독)

독립영화감독이라고 소개하면, 종종 급호감의 시선을 받을 때가 있다.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호기심을 동반한 이유없는 호감의 시선을 받을때마다 씁쓸하기 그지없다. 소속이 불분명한 독립영화감독이란 명칭이 그럴싸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어떻게 무슨 밥벌이로 먹고 살아가는지 근천스런 물음을 주고 받는 게 독립영화 감독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5일 〈겨울나그네〉로 제25회 대종상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했던 곽지균 감독(56)이 자살로 생을 마치셨다. 〈사랑하니깐, 괜찮아〉(2006)가 최근 연출작이었던 감독님의 유서엔 '일이 없어서 괴롭고 힘들다'고 적혀 있었다고 한다. 그보다 먼저, 2009년 11월 26일에는 한 모텔에서 〈방자전〉의 스크립터 김00(27)이 촬영 도중에 자살했다. 원인은 거듭된 생활고와 앞날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영화의 제작 편수가 확연히 줄어든 요즘, 영화계에서 먹고 살면서 버티기가 녹록지 않다. 많은 영화인들은 장기 실업 상태로 지내거나 이직을 선택하고 있다. 영화의 각 분야에서 성실히 일했던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스태프들조차 생활고 때문에 다른 직업으로 떠나고 있다. 현재의 심각한 이직률에 대한 조사는 불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는 힘겨운 영화인들의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연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 6월 28일에 의결한 2011년도 영화발전기금(이하 영발기금) 예산안을 보면, 영진위가 한국 영화 진흥이나 영화인들의 현실에 관심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저 '안'일 뿐, 9월 정기국회에서 논의와 의결을 거쳐서 확정된다고는 하지만,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와 한국영화단체연대회의는 즉각 '영화퇴보기금' 예산안 재편성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작고 다양한 영화들의 약진의 토대가 되었던 예술영화, 독립영화, 마스터영화, 기획개발 등 대표적인 직접지원 사업들이 별 다른 대안없이 완전 폐지되었다. 영진위가 제작 및 유통지원 사업을 사실상 포기한 것이고, 영화 제작환경이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연초부터 영진위는 독립영화전용관 지원사업자 선정, 미디액트 운영사업 공모, 시네마테크 전용관 공모, 한국영화아카데미 폐지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칸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시〉가 지난해 마스터영화제작지원 사업에서 0점 처리되어 탈락됐다는 사실로 구설수에 올랐다. 최근엔 독립영화 제작지원작 심사과정에서 조희문 위원장이 직접 작품 선정에 압력을 넣어서 파문이 일었다. 영화인들은 영진위의 정상화와 조희문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 가고 있는 영진위가 언제쯤 영화인들을 대변하는 진흥기구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일이 없는 불확실한 미래와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영화라는 꿈을 놓지 않는 수많은 영화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영진위가 되길 바란다. 영화인들의 의견을 더욱 적극적으로 수렴하여 정책에 반영하는 '상생'의 구조를 바란다. 영화계의 화성인 영진위가 같은 지구인으로 소통될 날을 간절히 바란다.

 

/강지이(영화감독)

 

▲강지이 감독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Sink and rise〉 〈인플루엔자〉 〈괴물〉의 연출부를 맡았으며 독립영화 〈미친 김치〉〈소나무〉를 제작한 바 있다. 현재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제작지원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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