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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인 황미연씨 "권번, 전통예술 전승 보존 큰 역할"

'전북 권번의 운영과 기생의 활동…' 전북대 박사학위 논문서 밝혀

일제강점기 전라북도 권번(券番, 일제강점기 기생들의 조합을 이르던 말)들의 교육과정은 가·무·악으로 대동소이했지만, 권번별로 특징이 있었다. 전주권번은 전통예술 계승의 정통성을 강조했으며, 춘향제와 같은 주체성 강한 행사를 주관했던 남원권번은 일본어 교육을 하지 않았다. 반면 일본인이 대거 이주해 온 신흥도시 군산에 세워진 군산소화권번은 일본어와 일본노래를 가르치는 등 시대적 요구에 발빠르게 움직였다. 정읍권번은 기생에게 특별히 재담을 교육해 종합예술인의 면모를 갖추게 했다.

 

최근 '전라북도 권번의 운영과 기생의 활동을 통한 식민지 근대성 연구'란 논문으로 전북대학교 대학원 고고문화인류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국악인 황미연씨(47·완주한별고등학교 교사). 그는 "일제강점기 전라북도의 권번은 전통적인 예술분야를 지키면서 시대적 상황에 맞는 예술장르를 개척하는 등 스스로 문화적 근대화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황씨의 논문은 권번과 기생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제강점기의 변화를 연구한 것. 지금까지 권번과 기생에 대한 연구가 중앙 중심으로 지역별 연구가 미진했으며, 연구 경향 또한 식민지 수탈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으로 양분돼 왔다는 점에서 황씨의 논문은 전북지역 권번과 기생을 다룬 본격적인 연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제강점기가 전근대적인 사회에서 근대적인 사회로 전환하는 시기로 매우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이 시기 한국음악사에 대한 자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아 일제강점기 전과 후의 전통음악 전승 과정을 잇는 의미있는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그동안 권번과 기생에 대한 시각은 이들이 방탕함과 문란함을 조장했다는 편협한 인식으로 저평가됐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역사적·사회적 변동의 기류를 통과하면서 예술가로, 또 사회인으로 주체적인 활동을 보여줬습니다"

 

그는 일제시대 권번과 기생을 좀더 능동적인 시각에서 해석하고 있다.

 

"조선시대 기생들이 신분적 제약을 가지고 국가 소속 기관의 일원으로 활동했다면, 일제강점기에는 기생 스스로의 선택과 자유의지의 발현으로 공연활동을 펼치면서 예술관도 확립되고 생계해결차원의 직업관도 뚜렷해졌습니다. 이전의 기생들과 의식과 활동 면에서 분명한 차이를 보이는데, 이를 근대성의 한 표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는 "일제강점기 권번과 기생의 활동을 그나마 우리 예술을 보존할 수 있었던 자생적 공간으로 볼 수 있다"며 "수요자의 통속적 요구나 취향을 반영해 전통문화가 변질했을 가능성도 있지만, 권번과 기생들의 각종 활동은 일본식 정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인 결과가 아니라 기생 자신들이 직·간접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전승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생들은 흔치 않은 특수 직업여성으로서 당시 전통적인 여성상에서 벗어나 당당한 사회인의 일원이었습니다. 예기조합을 비하할 때에는 집단으로 대처하고 자신들을 멸시할 경우 법적 대응도 했습니다. 남자들만 권번 임원이 될 수 있다는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죠. 또한 토산품 애용 운동과 외국 동포를 위한 구재활동을 비롯해 3·1 만세운동에 참여하는 등 민족의식도 적극적으로 나타냈습니다."

 

그는 "일제강점기 전라북도 권번과 기생들은 예술활동과 더불어 사회활동에서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는데, 이는 스스로 자아를 찾기 위한 노력이었다"고 강조했다.

 

황씨는 고창 출생으로 전주대 역사교육과를 졸업, 한양대 국악과에 편입했다. 한양대 대학원에서 국악이론을 전공했으며, 현재는 국악 이론가이자 가야금 연주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황씨는 석전 황욱 선생의 손녀로, 아버지는 황병근 전 전북예총 회장이며 어머니는 전인주 전북예절원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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