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물 복원·정비, 외형에만 치중…조직·구조적 특성 반영 필요 지적
근대성 보존을 위한 정책과 사업들이 대부분 개항기와 일제강점기에 형성된 근대건축물을 보존하고 복원·정비하는 개별적 지원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익산문화재단 주최로 28일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에서 열린 '제2회 익산 어울림 문화포럼'에 참석한 이경찬 원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근대도시경관 보존사업은 단순히 점으로서 근대건축물들이 모여있는 대상으로 바라봐서는 안된다"며 "근대도시경관 안에는 근대 이후에 끊임없이 변모해 온 삶의 흔적들이 적층돼 있는 만큼 근대건축물의 외형을 보존하는 차원을 넘어서 조직적·구조적 특성을 이해하고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석기 군산대 건축공학과 교수 역시 "근대성을 보존하는 측면에서 보자면 보다 넓은 범위에서의 보존이 당연하다"며 "이미 국제적으로는 점 단위에서 선 또는 면 단위 보존으로의 전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의 주제는 '익산의 근대문화를 이야기하다'. 식민지시대 산물인 근대건축물 보존을 둘러싸고 의견이 대립하는 것에 대해서는 근대의 시간적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이교수는 "현재 우리가 정의하고 있는 근대는 흔히 개항기로부터 일제강점기를 이르는데, 이 기간은 직·간접적으로 일본 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은 식민적 근대기로 정의할 수 있다"며 "근대의 시기를 미군정기와 전재복구기, 압축성장초기라고 할 수 있는 1950년대 혹은 60년대까지로 확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근대건축물과 근대도시경관이 현재까지도 지속적으로 생활이 이뤄지고 있는 공간이란 점에서 고대나 중세의 유적·유물을 대상으로 한 역사성 보존과는 근본적으로 시각이 달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송교수는 "현재까지 근대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련된 사업들이 상당 부분 관광자원의 개발이라는 시각을 어느 정도 공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근대문화유산의 진정성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경계했다. 그는 "근대건축물과 근대도시경관의 보존이 현실적인 여건상 행정 주도의 사업 형태로 시작될 수밖에 없지만, 궁극적으로는 지역 주민에 의해 만들어진 별도의 조직을 통해 자발적인 형태로 생활이 지속되는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익산은 대부분의 도시가 동일한 공간적 영역 안에서 고대, 중세, 근대, 현대의 흔적이 누적돼 있는 것과 달리 시대별로 전혀 다른 공간적 영역을 점유하고 있다. 현재의 익산시가지와 도심공간이 근대의 토대 위에서 발달된 것. 그러나 1977년 이리역 폭파사고로 이리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근대시가지가 전면 재정비되면서 호남의 근대 거점도시로서 익산의 흔적이 거의 사라졌으며, 근대도시로서의 역사적 정체성도 약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익산의 근대건축물은 일제강점기 수탈거점이자 경제거점으로서의 특성을 가지고 있어 농장 사무실과 수리조합, 농림학교, 상가건축물 등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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