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가수는 노래 한 곡 히트하면 20~30년 간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것도 옛날 얘기다. 송대관은 '차표 한장'과 '네박자','정 때문에'만 부른 게 아니라 매년 신곡을 발표하고 '해피선데이','절친노트', '스타골든벨' 등 신세대의 예능 프로그램에도 얼굴을 비친다. 1967년 '해뜰날'로 무명의 설움을 딛고 인기를 얻었다면, 2010년 '분위기 좋고'로 또다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대한가수협회장까지 맡아 좀처럼 쉴 틈이 없다.
"가요계는 여름이 불황입니다. 가요계 행사가 7~8월엔 줄어들고, 해변을 끼고 있는 몇 곳에서만 반짝반짝하지요. 그런데 이곳 저곳 예능 프로그램에서 나를 불러주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고향에 감사하게 돼요. 전라도 사투리는 구수하잖아. 거부감이 없어서 재밌어 하는 것 같아요."
그는 학교 다닐 때부터 일찌감치 가수가 되겠다고 마음 먹었다. 고교 2학년 때부터 KBS 전속가수가 됐고, 전주 노래경연대회에서도 전북 대표로 무대에 섰다. 전국 팔도강산을 돌았고, 그의 노래를 찾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갔다. 덕분에 몸에 좋다는 음식도 수도 없이 먹어봤다. 그런데 요즘처럼 입맛이 떨어질 때는 손에 닿지 않는 음식만 생각이 난다.
"고등학교 졸업 즈음인데, 친구들이랑 전주천에 물놀이 가서 오모가리·피라미를 잡았다고. 망태기를 들고 있다가 물 속에 있는 돌을 두드려 패면 고기가 죽어 나와요. 그 놈을 갖다가 얼큰하게 끓이면 끝내주는 오모가리탕이 되지. 막걸리나 소주 한 잔 곁들이면 기가 막혀요. 2년 전에 내가 오모가리탕이 먹고 싶다고 하니까 사촌 형님이 나랑 마누라를 옥정호로 데려갔다고. 근데 그 맛이 안 나요. 한벽루의 오모가리탕은 꿈에 그리던 그 맛입니다. 딴 데 가서도 해결이 안되고, 마누라로도 어머니로도 안 돼요."
전주의 한정식 음식점에서 먹던 짭조름한 젓국도 그를 황홀하게 만든 곰삭은 맛이었다. 상다리 부러지게 나오는 상차림에 된장·김치찌개, 계란탕, 젓국까지 입안이 호사를 누렸다.
"없는 서민들한테는 뜨거운 국물이 하나 있어야 밥이 넘어가거든요. 젓국 같은 거요. 젓국은 멸치젓으로 간을 하고, 무를 썰어 넣어요. 눈방울만하게 두부도 썰어 넣고요. 마른 민물 새우도 꼭 들어가야 합니다. 그렇게 끓인 국을 먹으면서 사람들을 볼 때면 '너그들이 이 맛을 아냐'는 심정이 돼요."
즐겨 먹던 전주 콩나물국밥도 그 맛이 예전같지 않다며 아쉬워했다. 그가 임신한 아내를 위해 전주 삼백집에 데려 갔는데, 약간은 싱겁고 시원한 그 맛이 사라진 것 같다고 했다.
"삼백집 막내 아들이 제일 친한 친구였죠. 그 집에 가서 한 끼씩 때울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어머니가 만든 것을 유심히 봤습니다. 뚝배기에 팔팔 끓인 국이 나오면, 반절은 자기가 요리했어요. 입맛에 맞게 고추도 넣고, 새우젓으로 간도 하고. 그래서 더 맛있었는 지도 모르겠어요."
이렇듯 고향의 맛은 어머니의 젖은 손에서 풍기는 짭쪼름한 젓갈 냄새와 같다며 자신의 8할은 전주의 음식이 키웠다고도 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의 고향인 정읍에 '제1회 송대관 가요제'를 열기도 했다. 고인의 이름을 건 가요제가 아닌 활동중인 가수의 이름을 붙인 가요제는 처음이었고, 가요제를 내장산과 연계해 정읍을 홍보한다는 취지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지난해 10만 여 명 가까이 왔습니다. 그 때 활동을 잠시 중단한 '소녀시대'를 비롯해 '샤이니', 장윤정 등 많이들 왔죠. 전국이 들썩거렸어요. 더 놀란 것은 인터넷에 내장산이 어디 있느냐는 질문이 수도 없이 올라왔다는 겁니다."
올해도 '송대관 가요제'는 계속돼야 하지만, 그는 흥을 좀 잃었다고 했다. 행사를 치르기엔 정읍시 예산만으로는 부족한 데다 후배 가수 양성하고 싶다는 자신의 순수한 의도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이들에 대한 속상함이다. 그는 좋은 행사를 해놓고서도 사람들 마음이 내 맘 같지 않은 것은 아쉽다며 애향심으로 여는 가요제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주문했다.
"남들은 내가 너무 오래 해먹는다고 하는데, 선배가 없으면 후배도 없는 겁니다. 내가 있어서 더 못 올라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씁쓸하죠. 그래도 내가 있어서 트로트가 버틴다고 생각합니다. 국민이 지지해준다면 할 수 있는 한 끝까지 할 겁니다."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