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에 표정을 입히는 캘리그래피(손글씨 디자인). 이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아날로그의 향수를 갖고 있는 현대인들의 취향에 잘 맞아 떨어진다. 전통 서예가 강한 일본에서 색다른 실험을 시도하는 서예 작가이자 캘리그래피 작가인 히라노 소겐·야나기사와 카이슈씨가 전주를 찾았다. 지난 7일 익산 솜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한국캘리그래피디자인협회(회장 여태명)의 '2010 한국캘리그래피디자인 워크숍'.
2002 월드컵 공식 포스터 제작에 참여한 히라노 소겐씨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여러 차례 개인전과 서예 퍼포먼스로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전통 서예의 현대화에 몰두해온 그는 글씨를 쓰는 일이 즐겁고 재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눈축제에서 빗자루 크기만한 붓을 들고 했던 서예 퍼포먼스를 소개하면서 "눈을 종이로 삼아 새롭게 시도해봤지만, 눈이 너무 많이 와서 글씨를 쓰면 덮고 덮고 해서 눈과 사투를 벌여야 했다"며 웃었다. 음악에 맞춰 붓질하는 퍼포먼스에서도 붓은 종이 위를 춤추는 모델을 훑는다. 붓질과 몸짓의 말없는 교감이 만드는 과정. 그는 기모노천 위에서도 붓질을 시도, 기모노 상품으로도 제작됐다. 이어 "공동 작품을 만들어 보면 훨씬 더 재밌게 서예를 접할 수 있다"며 "이같은 실험이 전문 작가들의 전유물로 고립되는 일본 서단에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고도 했다.
야나기와사 카이슈씨는 전통 서예를 근간에 둔 손글씨로 영화 포스터, 제품 포장 디자인과 건축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주를 시도해왔다. 그는 "전통 서예에 갇혀 있는 일본 서단은 분야별로 세분화되기만 할 뿐 서로 소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서예를 퍼포먼스, 건축·생활용품 디자인에 접목시키는 것은 서예의 대중화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라고 강조했다. 큰 붓으로 서예 퍼포먼스를 해왔던 그는 "서예도 변화돼야 한다"며 "일반인에 친근하게 다가서려면 미술, 음악과의 자연스러운 만남이 계속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의 선(禪)에 매료된 그는 "무(無)의 상태가 되면 자신을 정말 잘 표현하게 된다"며 "글씨를 쓰는 것은 이런 과정의 연장선"이라고도 덧붙였다.
여태명 회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캘리그래피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캘리그래피디자인협회가 올해 처음 세미나를 갖게 됐다"며 "앞으로 한국캘리그래피디자인협회 회원전을 비롯해 서울 홍대 거리에서 열릴 현수막전, 중국 초청전 등을 통해 더욱 발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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