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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뮌헨 비어 가르텐 vs. 전주 막걸리 타운 - 맹성렬

맹성렬(우석대 전기공학과 교수)

 

고등학교 때 독일문화원에서 주관한 독일어 경시대회에서 입상하여 장학금을 받아 1개월간 서독에 체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주요 도시를 세계 50여개 국가에서 온 학생들과 함께 여행했는데 처음에는 도시를 잇는 ICE(고속열차), 대도시 중심가에 진열된 값비싼 상품들, 그리고 곳곳에 건설된 컨벤션 센터나 첨단 레져 스포츠 시설 등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독일의 고유문화와 유적에 관심이 갔다. 특히 뮌헨은 나에게 아주 매혹적이었다.

 

맨처음 히르쉬파크 '비어 가르텐'의 독일 전통 맥주와 음식, 그리고 전통 음악의 어우러짐으로 내 마음을 설레게 한 이 도시는 여기저기 구석구석 감추고 있던 고색창연한 유적들을 차례대로 내보이며 나를 온통 사로잡았다. 어떻게 세계적인 대도시 속에 이렇게 복합적으로 고유 문화의 정취가 고스란히 배어있을 수 있을까 하는 경이로움을 느꼈고, 10년 후 직장일로 독일에 출장 가게 되었을 때 뮌헨을 일정에 포함시키는 것을 빼놓지 않았다.

 

최근 우리나라 문화 관광 차원에서 두 가지 큰 경사가 있었다. 안동 하회마을과 경주 양동마을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확정과 새만금 방조제의 세계 기네스북 등재가 바로 그것이다. 무엇보다도 '주민이 사는 동네'가 세계유산으로 선정되었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단지 건축물이 아니라 거주민의 문화전통까지 함께 국제적으로 보존받을 가치가 있다는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회마을과 양동 마을이 우리 과거의 전통적 유산이라면, 새만금은 우리의 미래와 연결되는 유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계 최장의 방조제라는 상징성은 많은 관광객을 전북으로 이끌 수 있는 충분한 동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전북을 찾는 관광객들로 하여금 우리 지역의 매력에 반해 앞으로 여러 차례 방문하도록 유인하려면 보다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올해 초에 코엑스에서 있었던 한 여행 박람회에서 전주막걸리 타운과 전주한옥마을 투어 연계상품을 개발하고 판매하는데 국내외의 여러 여행사들이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거점도시 중에서 전주만큼 그 고유의 전통 문화와 유적이 보존된 지역은 흔치 않다. 전통주와 음식, 그리고 문화 유적이라는 키워드에서 전주는 정말로 독일의 뮌헨과 비슷한 부분이 많다. 말하자면, 뮌헨의 '비어 가르텐'의 우리나라 버전이 '전주막걸리 타운'인 셈이다.

 

비록 세계유산으로까지 등재시키기는 어렵겠지만 전주는 한국 고유의 맛과 멋을 보여 줄 수 있는 매우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어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문화 도시로 성장할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현재의 '전주 막걸리 타운'이나 '전주 한옥마을'이 정말로 관광객들이 두고두고 잊지 못할 정도로 매력 있는 문화 상품인지는 우리 모두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도시의 매력이 한두 번의 캠페인이나 도시 정비 사업으로 갑자기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새만금을 보러왔다 들를 관광객들의 마음을 꼭 붙잡아 둘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선진국의 예를 참고하여 전주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가장 전통적인 도시로 가꾸어 나갈 수 있는 장기적인 청사진을 준비해야 한다.

 

/맹성렬(우석대 전기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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