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뚫고 하이킥'은 제게 너무 고마운 작품이고 '자이언트'는 절 연기자로서 앞으로 나갈 수 있게 해준 작품입니다."황정음(25)은 이렇게 말하며 맑은 웃음을 지었다.
MBC TV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인생이 바뀐 후 여세를 몰아 SBS TV 대하드라마 '자이언트'의 주연으로 캐스팅된 그는 "잠을 못 자는 빡빡한 스케줄에도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9일 경기 고양시 탄현 SBS 제작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영화 '고사 두번째 이야기'의 무대 인사를 병행하느라 잠을 못 잤다는 그는 이날 '자이언트' 촬영이 시작되기 전 노 메이크업 상태로 인터뷰에 응했다. 그런데 피부에서는 뽀얀 윤기가 퍼져나왔고 엷은 피로감은 까맣고 큰 눈을 더 진하고 커보이게 만들었다. 바야흐로 안 먹어도 고프지 않고 안 자도 피곤하지 않은 상태. 인기의힘을 실감하게 했다.
"요즘 개봉인사가 겹쳐서 그렇지 드라마 촬영 스케줄은 힘들지 않아요. '지붕뚫고 하이킥' 때 워낙 기막힌 스케줄을 소화했기 때문에 '자이언트' 정도야..(웃음)"그는 '지붕뚫고 하이킥' 이후 CF를 무려 17편 찍었다. 그 작품 출연자 중 단연 최고 기록이다. '지붕뚫고 하이킥'을 촬영하면서 이어지는 밤샘 촬영에 서너 차례 응급실에 실려갔던 그이지만 노력의 대가는 달았다.
이전까지 '아이돌 가수 출신의 예쁘지만 연기 못 하는 탤런트'에 머물던 그는 '지붕뚫고 하이킥' 이후 광고계 최고 스타로 부상한 동시에 연기자로서도 재평가를 받게됐다.
"'지붕뚫고 하이킥'의 반응이 제 몸으로 느껴졌을 때는 정말 꿈만 같았어요. 당시 광고 에이전시에서 그룹 빅뱅보다 제 스케줄 잡기가 더 어렵다고 했을 정도니까요. 그때 '우리 결혼했어요'의 촬영도 병행하느라 너무 힘들었는데 행복했기 때문에녹초가 돼 집에 돌아가도 웃으면서 잠이 들었습니다."'사랑하는 사람아' '겨울새' 등에서 '국어책 읽는 연기'를 펼친다는 지적을 받았던 황정음은 '지붕뚫고 하이킥'을 통해 순발력과 유연성을 배웠고 그만의 통통 튀는 매력을 정확하게 끄집어내 시청자를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그 인기를 바탕으로 전혀 다른 분위기의 시대극 '자이언트'에 주인공 3남매의 막내 미주로 캐스팅돼 정극 연기에 다시 도전하고 있다.
"연기에 대해 점점 더 욕심이 나요. 저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많은 것을 잘 알지만 그 역시 관심이라고 생각하고 그럴수록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시작한 지 이제 3-4년인데 너무 부족하죠. 하나하나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지난 3일 시청률 20%를 돌파한 '자이언트'에서는 현재 미주와 민우(주상욱 분)의 신분 차를 뛰어넘는 러브스토리가 극의 묵직한 분위기에 화사한 기운을 불어넣고있다.
"초반에 '자이언트' 시청률이 '동이'에 밀리고 있을 때 이런저런 말이 많이 나왔지만 저는 확신이 있었어요. 저를 비롯해 모든 연기자가 불꽃 튀게 열심히 연기하고 있고 대본이 재미있으니 분명히 잘될 줄 알았어요. 사실 '동이'가 워낙 강하니까시청률이 15%만 나와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강했는데 20%가 넘어서니까 너무 좋죠. 더 오를 것 같아요."그가 연기하는 미주는 운명의 장난으로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고 두 오빠인 성모(박상민), 강모(이범수)와도 헤어졌다가 십수 년 만에 극적으로 재회한다. 가진 것도, 배운 것도 없이 어렵게 살아가느라 식모, 버스 안내양 등 고생하며 살아왔지만 예쁜 얼굴과 빼어난 노래 실력으로 언젠가는 가수가 되겠다는 꿈을 키우고 살고 있다.
"미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그게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고 캔디처럼 꿋꿋하게 살아가는 씩씩한 여성이에요. 무엇보다 두 오빠에 대한 사랑이 지극하죠. 사실 주인공3남매의 형제애가 처음에는 이해가 가지 않았어요. 십수 년을 헤어져 살았기 때문에옛정이 남아있을까 싶었죠.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아역이 연기했던 1-8회를 떠올렸어요. 그 부분을 보면 이들이 끈끈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거든요. 3남매의 진한 형제애가 시청자에게 감동을 주는 것 같아요."가수를 꿈꾸는 미주는 극 중 주로 혜은이의 노래로 연습을 한다. '감수광' '제3한강교' '당신은 모르실거야' 등을 흥얼거리는 미주는 곧 톱가수로 성장할 전망이다.
"옛날 노래들이 너무 어려워요.(웃음) 그런데 그중에서 혜은이 선배님의 노래가저랑 가장 잘 맞는 것 같아서 그분의 곡들을 주로 연습하고 있어요."1985년생인 그에게 1970-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자이언트'는 사극을 찍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극 중에 등장하는 삼일 빌딩, 버스 안내양, 삼청교육대, 옛날 노래, 각종 소품등이 모두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것들이라 재미있고 신기해요. 드라마가 많이 올드하고 어렵지만 이런 작품을 견뎌내면 연기자로서 한층 성숙해질 수 있을 것 같았고, 실제로 해보니 배우는 게 많아 이 작품을 선택한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있어요."그는 "요즘 '연기는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게 조금씩 보인다. 현장에서는 궁금한 게 있으면 바로바로 선배님들께 물어본다"며 "연기가 정말 재미있고 잘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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