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와 교과로 정복하는 논술[69]
■ 생각의 폭을 넓히자 - 제시문
【가】 학벌은 같은 학벌을 보유한 사람들끼리 밀어주고 끌어주며 권력을 독점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하버드 출신들끼리 친한 것이나 서울대 출신들끼리 친한 것이나 무슨 차이가 있는가. 이야기가 이런 식으로 흐를 때, 학벌문제는 열등한 약자들의 '원한(resentment)' 표현 이외의 아무 것도 아니다. 김상봉 교수는 문제의 핵심이 '우리 학교'라는 의식에 있다고 지적한다. 동네 슈퍼마켓은 그곳에 오는 동네 아줌마 아저씨들을 '우리'로 만들어주지 않는데, 어떻게 같은 학교에서 공부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에서 처음 만난 나와 저 사람이 '우리'가 된다는 것인가. 이처럼 학벌을 하나의 공동주체로 만들어 주는 '우리 의식'을 김 교수는 학벌의식이라고 부른다.
김 교수의 학벌의식에 대한 탐구는 철학의 근본물음이라 할 '주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독일 관념론 철학의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 그 자체이다. '나는 누구인가'라고 내가 나를 의식할 때, 나는 나다. 그러나 누가 이 말을 믿을 수 있겠는가? 내가 나를 반성적으로 의식한다는 것은 단지 내가 나를 내 마음 속의 비인격적 거울에 비추어본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인간에게 반성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서만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 밖에 존재하는 너를 의식하는 한에서만 내 속에서 나 자신과 마주설 수 있다.
김 교수는 인간은 타인과의 만남을 통해 주체가 된다고 말한다. 그 만남은 가족공동체의 틀을 넘어 기업 같은 사회집단 구성원으로, 다시 한 국가의 시민으로 확장되며, 최종적으로 보편적 인류의 이상을 공유한 세계시민이 되는 방식으로 넓어지고 깊어진다. 사회적 주체의 본래성은 이처럼 타자와의 만남 속에서 보다 보편적인 공동주체성을 실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정된 자기동일성의 한계를 뛰어넘는 것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학벌은 자기의 동일성을 지양하지 않고 단순히 확장하려는 의지가 만들어진 유사가족에 불과하다. 학벌의식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기를 자율적이고 자유로운 주체로서가 아니라 오직 어떤 집단에 귀속하는 구성원으로서만 자각한다. '나는 서울대 출신이다', '나는 고려대 출신이다' 따위의 퇴행적 집단의식 속에서만 자기 존재의 안정감을 확인하는 나약한 자기의식이 바로 학벌의식이다. 이를 통해 자기보다 열등한 학벌을 가진 사람들을 배제하고 기득권을 독점하는 행위를 정당화한다.
- [게으름뱅이의 책읽기] 외고폐지 해프닝에 다시 본 '학벌사회'
【나】기능론적 시각은 사회적 불평등이 왜 복합적인 사회를 잘 기능하게 하는 데 필수적인가를 설명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즉,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하는 각각의 직업은 중요도에 따라 서열이 매겨져 있으며, 그 서열에 상응하는 경제적 보상이 차등적으로 주어지게 되고, 차등적인 보상은 결국 사회적 불평등과 계층을 만든다는 것이다. 사회 불평등의 근거인 차등적인 보상은 사회의 모든 기능, 곧 일들이 적절히 충원되고 원활하게 작동하도록 하기 위함이므로 사회 불평등은 전체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기여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론적 시각은 '사회 불평등은 사회에 유해하며 부정적인 것이므로 본 종래의 시각들과는 달리, 사회 불평등은 긍정적으로 기능할 뿐만 아니라 사회의 유지와 발전에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갈등론은 '사회 불평등이 사회 갈등을 유발하며, 사회 발전에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고 본다. 사회적 희소 가치는 자질과 능력보다는 권력이나 가정적인 환경과 같은 요인에 따라 차등 분배되며, 이것은 상대적 박탈감을 가지게 하거나, 집단 간의 대립과 갈등을 유발시킨다고 한다. 즉 사회적 위치의 중요성과 분배되는 희소가치의 양과 질은 기득권을 가진 지배적 집단의 의사와 판단에 따라 결정되며, 분배 절차와 기준 또한 이들 집단의 권력과 강제에 의해 결정되고 적용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적 계층은 기득권을 가진 집단이 지배적 위치를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존속한다는 것이다.
■ 논술문 작성하기 - 생각 정리
≪논제≫ 제시문 (가)의 학력사회가 낳을 수 있는 문제점을 추론하고, 제시문 (나)의 관점 중 하나를 선택하여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하시오. (900자 내외)
- 논술문 보낼 곳(E-메일) : [email protected]
■ 어떻게 설득할까 - 토론하기
- 학력위조의 근본적 원인은 '학벌주의'다.
- 학력위조 사태는 '신뢰성 위기'의 문제다.
- 학력위조자에게 최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어떤 것이 출제됐나
예로부터 신분차별의 문제점, 여성의 노동에 대한 차별의 문제, 교육의 기회균등 및 그 실현을 위한 적극적 평등실현조치, 평등은 차별을 금지하지만, 차이를 전제하는 것이라는 내용을 가진 문제들이 출제되었다.
최근 타블로의 학력위조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신정아씨나 유명 연예인들의 학력위조논란이 세간의 화젯거리가 된 것이다.
바로 이점이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이다. 학력위조의 책임이 개인의 문제인가, 아니면 사회의 문제인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한다. 그리고 진실이 인정받지 못하는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학력위조 사건과 관련해서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문화자본, 사회자본, 상징자본을 문제 삼고 있습니다. 이때 문화 자본 중에서 학력자본은 학교제도에 의해서 주어지는 학력과 그것에 부수되는 다양한 개인적 능력이나 사회적 가치의 총체로서의 문화자본인 것입니다.
사회자본은 영속적이고 유용한 관계에 의해 뭉쳐진 사람들의 집단에 소속됨으로써 얻게 되는 자원으로, '인맥'에 가깝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너무나 익숙한 풍경이기에 진지한 해법이 모색되어야 한다.
■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 - 토론 거리
- 학벌사회
- 학벌사회의 배경
- 학벌사회의 핵심 내용과 일반적 특징
- 학벌사회의 구체적 양상
- 현대사회의 바람직한 모습
■ 어떤 교과와 관련됐나
- 사회. 경제성장과 삶의 질
- 전통윤리. 현대사회 사상의 쟁점
- 사회문화. 사회변동과 문화
- 윤리와 사상. 이상사회의 구현과 사회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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