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보가' 남원 대표소리로 키워…수제자 강도근과 함께 전국적인 명성
남원은 누가 뭐래도 판소리의 고장이다. 가왕 송흥록 이후 줄기차게 이어져온 남원 판소리의 전통은 우리나라 판소리를 대표한다. 그런데 남원 판소리의 전통이 항상 순조롭게 이어져 온 것만은 아니었다. 여기서 남원 판소리의 전통을 소리꾼 중심으로 잠깐 살펴보자.
남원 판소리의 전통은 가왕이자 동편제 판소리의 시조로 일컬어지는 송흥록으로부터 시작한다. 송흥록의 소리는 동생 송광록에게 이어졌다. 그런데 송광록은 구례로 이사를 한 것 같다. 송광록의 아들 송우룡이 구례 출신이고, 또 구례에서 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송광록은 형 송흥록을 피해 이사를 갔지만, 송흥록 이후 남원 판소리는 위기에 처한다. 이때 남원 판소리의 대부로 나선 사람이 장재백이다. 장재백은 순창 사람으로 알려져 있지만, 호적이 남원시 월락동에서 발견되고, 그의 묘도 남원시 주생면에서 발견되었다. 족보에 보면 장재백의 선대는 순창에서 살았던 것이 분명하므로, 장재백 또한 순창 출신이었을 것이다. 소리도 순창 출신 명창 김세종의 소리를 이었다. 다만 나중에 남원으로 이사하여 남원에서 활동을 했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그 이유가 바로 송흥록 이후 남원 판소리를 대표할 만한 사람이 없어 남원 판소리의 명맥을 잇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물론 남원이 순창보다 큰 고을이었기 때문에 소리꾼으로서는 순창보다는 남원이 훨씬 활동하기에 유리하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이다.
그런데 장재백은 1907년 별세한다. 이때 남원 판소리를 이어준 사람이 장재백의 누이 장주이의 아들 유성준이다. 유성준은 1873년생이므로 장재백의 사망 무렵 35세였다. 이 정도 나이라면 남원 판소리의 전통을 충분히 이을 만했다. 더구나 유성준은 장재백의 생질 아닌가? 그런데 그는 남원 사람이 아니라 구례 사람이다. 유성준은 구례 출신이면서도 남원에서 활동을 많이 했는데, 이 때문에 유성준이 남원 사람이라고 알려지기도 했었다. 유성준 다음에 남원 판소리의 전통을 이은 사람이 바로 김정문이다. 김정문은 유성준의 누나 유준의 아들이다. 김정문이 남원에서 활동을 하게 되면서 유성준은 남원에서 활동을 접었을 것이다. 김정문이 남도 아닌 자신의 생질이었기 때문에 남원을 김정문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구례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하동으로 이거하여 그곳에서 생을 마친다.
그런데 김정문은 1934년 48세로 세상을 뜬다. 김정문의 수제자인 강도근은 1918년생이다. 김정문이 세상을 뜰 때 강도근은 겨우 열일곱 살의 소년이었다. 당연히 남원 판소리를 대표할 만한 위치에 있지 않았다. 그 공백을 메워준 이가 김정문의 형님인 김정식의 아들인 김영운이었다. 김영운은 강도근의 누이의 남편이다. 김영운은 남원군 주천면 고기리 출신인데, 아버지인 김정식은 소리는 별로 잘하지 못했으며, 북은 잘 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영운은 어려서부터 소리를 배우지 않고 나이 들어 소리를 배웠다고 한다. <흥보가> 를 잘했는데, 남원 부근에서는 제법 이름이 있는 소리꾼으로 활동했다. 나이도 강도근과는 한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강도근이 남원에서 활동을 하기 전에는 김영운이 활동을 했다. 그래서 나이 든 소리꾼들 중에는 김영운에게 소리를 배운 사람이 더러 있다. 강도근이 남원에서 본격적인 활동을 한 것은 1970년대 이후이다. 흥보가>
이렇게 보면 남원 출신으로 동편제 판소리를 제대로 이어 부르면서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명창은 송흥록 이후 김정문과 강도근 뿐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중간에 장재백과 유성준이 있지만, 장재백은 송흥록의 소리를 이은 사람이 아니다. 또 자신의 소리를 남원 지방에 남기지도 못했다. 유성준은 구례 출신인 데다가 남원보다는 구례와 하동에서 활동을 했다.
아무래도 남원의 판소리는 동편제 <흥보가> 로 대표된다. 송광록 이후 남원을 떠나 구례로 옮겨갔던 <흥보가> 를 남원으로 옮겨 남원을 대표하는 소리로 키워낸 이가 바로 김정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문은 남원 판소리의 중시조라고 부를 만하다. 흥보가> 흥보가>
/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