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김수연(23)과 더블베이시스트 성민제(20)는 공통점이 많다.
뮌헨 음대 출신으로 각자의 영역에서 연주력을 인정받고 있는 두 사람은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체 그라모폰(DG)에서 두 번째 음반을 곧 발표한다.
바이올린의 화려한 소리에서 오히려 진중함을, 더블베이스의 육중한 사운드에서 날렵함을 찾는 등 각자의 악기가 가진 고유한 소리를 넘어 또 다른 소리 영역을 탐구한다는 점도 닮았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남매처럼 지낸다"는 두 사람을 만나 새 앨범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수연은 내년 1월께 '바이올린의 성서'로 불리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담은 앨범을 발표한다. 녹음 작업이 절반 정도 진행된 그의 새 음반은 독일의 쾰른 근처에 있는 200석 규모의 작은 교회에서 녹음됐다.
기교적으로 매우 어려운 곡으로 알려진 바흐의 작품을 연주하는 데 부담은 없었느냐는 질문에 김수연은 "도전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어린 나이에 대곡을 연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겠죠. 대부분 바흐의 작품은 완벽하기 때문에 신성하고 가까이하기 어렵다고 느끼지만, 저는 오히려 바흐가 음악 안에 인간의 모든 기쁨과 고통을 담았다고 생각해요. 바흐의 작품은 다분히 인간적인 음악인 것이죠. 그래서 프레이징(음의 흐름을 섬세하게 갈라 연주하는 기법) 등을 더 연구해 앨범에 담아내려고 노력했어요."
그는 새 음반을 녹음할 때 있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낮에는 교회 위로 비행기가 다녀서 밤에 녹음해야 했어요. 사방이 어두컴컴한 가운데 작은 조명 하나에 의지해 녹음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조용한 분위기 덕분에 연주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어요. 특히 샤콘느는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안 되는 곡인데 무사히 녹음을 마쳤어요."
동석한 성민제도 김수연처럼 악기의 표현 영역과 음악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작년에 DG에서 발표한 데뷔 앨범 '왕벌의 비행'에서 더블베이스는 둔탁하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날렵한 소리를 선사했다.
그는 올해 발표할 두 번째 앨범 '크라이슬러 인 스타일'에서 크라이슬러의 '사랑의 기쁨'과 '마르티니 스타일의 기도' 등 낭만적인 곡을 선택했다. 그는 지난 7일부터 나흘 동안 독일 뮌헨의 한 스튜디오에서 새 앨범 녹음을 마쳤다.
"어떻게 보면 타악기 같기도 한 더블베이스에서 그 고유한 소리는 물론 가벼운 소리도 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한국계 피아니스트인 크리스토퍼 박 등과 결성한 앙상블 '솔리 판 투티'와 이번 앨범 작업을 같이했습니다. 앙상블 활동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할 계획이고요."
'조연 악기' 더블베이스를 위한 곡이 부족한 것이 항상 아쉬웠다는 그는 1년 뒤 뮌헨 음대의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하면 미국으로 유학 가서 연주는 물론 작곡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더블베이스를 위한 곡이 부족하다 보니 한국에서나 독일에서나 연주자 스스로 편곡해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는 것은 기본이더라고요. 저도 종종 편곡해 연주하기도 하고요. 다만 이번 앨범은 전문 편곡자에게 편곡을 맡겨 녹음했죠."
새 앨범의 녹음 작업을 마친 뒤 내년부터 '바흐 투어'를 계획하고 있다는 김수연과 11월부터 더블베이스 앙상블인 '바시오네 아모로사'와 미국과 중국, 한국 등 5개국을 돌며 공연할 계획이라는 성민제의 연주는 다음 달 3일 '랑데부(Rendez-Vous)' 공연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 공연의 피아노는 엘리자베스 조이 로가 맡는다.
공연은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며 티켓은 3만∼7만 원이다. 문의는 ☎02-780-5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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