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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직물 입힌 12세기 칠기 최초 확인

모양이 일그러짐을 막고자 나무 바탕에다가 직물을 입힌 다음 옻칠을 한 12세기 고려시대 목심저피칠기(木心苧被漆器)가 한반도에서는 처음으로 발견됐다.

 

특히 이들 칠기에 사용한 직물이 면직물인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14세기 고려말 문익점 훨씬 이전에도 한반도에서 면직물을 사용했다는 사실이 다시금 증명됐다.

 

매장문화재 조사기관인 한백문화재연구원(원장 서영일)은 2008년 경기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소재 고려시대 행궁(行宮)인 혜음원(惠蔭院) 유적 중 제11단 건물터 북쪽 수로(水路) 바닥 뻘층에서 반쯤 혹은 완전히 파괴된 상태로 수습한 칠기 파편들을 분석하고 보존처리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원이 최근 펴낸 '파주 혜음원지 5차 발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2세기 고려시대 다른 유물들과 함께 출토된 이들 칠기 파편은 총 6점에 이르며 성분 분석을 실시한 결과 면직물을 입힌 목제품(재료는 소나무)으로 드러났다.

 

모두 굽 달린 접시 형태인 칠기는 복원품을 기준으로 크기가 아가리 지름 16㎝ 안팎에 높이 4㎝가량으로, 아가리 부분과 굽은 고추 선 형태이며 테두리를 따라 주석으로 만든 금속판을 접어 붙여 마무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중 2점의 칠기 바닥면에서는 X-레이 촬영 결과 사용처를 표시한 것으로 생각되는 '혜음'(惠蔭)이라는 묵글씨도 확인됐다. 혜음원(惠蔭院)의 약칭임이 분명한 혜음은 고려시대에 왕이 수도 개경을 떠나 외부(주로 지금의 서울)로 행차할 때 머물던 이른바 왕립호텔에 해당하는 숙소다.

 

제작 방법을 조사한 결과 아가리와 굽, 바닥, 그리고 몸체 부분을 각각 따로 제작해 붙인 것으로 추정됐다.

 

이 중 몸체는 목재판 하나를 사용하지 않고 목재띠 여러 개를 직물과 바탕칠을 이용해 붙이고, 매우 고운 흙가루를 펴서 바른 다음에 그 위에 얇고 균일하게 4회(3회 생칠, 1회 정제칠)에 걸쳐 옻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한백문화재연구원은 19일 이번에 보존처리 등을 통해 확인한 이들 칠기는 "실물이 보고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진 목심저피칠기인 데다, 매우 뛰어난 공예기술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중요한 발견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목심저피칠기는 직물을 입힌 칠기를 일컫는다.

 

나아가 이들 칠기를 덮는 데 쓴 직물은 분석 결과 면직물로 드러남으로써, 문익점이 목화를 들여오고 그의 장인 정천익이 재배에 성공하기 훨씬 이전에 다른 면직물을 만들어 썼다는 사실을 재삼 확인하게 됐다고 연구원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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