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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관립 문화시설] 2부. 전통문화센터·공예품전시관·한옥생활체험관

보조금 줄면 상업시설 전락···역할 재정립 우선

전주한옥마을내 대표적인 민간위탁시설인 전주전통문화센터와 전주공예품전시관,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은 전주시의 보조금이 줄자 수익사업 비중을 높이고 있다. 사진은 전퉁문화센터 전통혼례식 ([email protected])

전주시가 민간 위탁으로 운영하고 있는 전주전통문화센터(관장 김민영), 전주공예품전시관(관장 오영택), 전주한옥생활체험관(관장 김병수)이 시가 운영방식을 바꾸겠다고 하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문화예술인들은 단순히 경제 잣대로 문화시설을 재단해서는 안된다는 지적과 함께 올 연말 위탁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서 문화시설에 대한 역할 재정립이 더 우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전주전통문화센터

 

전주전통문화센터는 국악 전용 극장과 전통음식관, 찻집, 놀이마당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으로 2002년 8월 우진문화재단이 위탁을 받아 개관했다. 2004년부터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운영해오고 있는 전통문화센터는 전통음식점을 통해 전통음식을 보급하고, '해설이 있는 판소리','대학생 마당놀이 축제','세시절 행사' 등 전통 행사를 비롯해 혼례·다례·풍물 체험 등을 해오면서 전주의 전통문화 체험장의 역할을 해왔다.

 

(위)공예품전시관 판매장, 한옥체험관 문화공연 ([email protected])

전통문화센터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각각 23억, 22억, 23억, 22억을 지출했으며, 같은 기간 22억, 21억, 22억, 23억여 원을 벌어들였다. 총 수입액 중 시 보조금은 2006년 9억 원에서 2007년부터 현재까지 8억5000만원. 재정자립도는 2006년부터 2009년까지 60~64%이다. 재정수입액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전통음식관. 지난해 수입 중 60% 이상은 전통음식관에서 판매된 전통음식이다. 하지만 전통음식관은 가격에 비해 음식에 대한 시민들의 만족도는 낮아 논란이 돼 왔다. 메뉴 개발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관람객의 상당수는 전통문화센터가 아닌 다른 맛집을 찾아 발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의 문화예술계는 전통문화센터가 시 문화시설 중 유일하게 전통음식관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전주의 맛을 되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한옥마을에서 가장 큰 국악 전문 공연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국악 기획 공연 보다는 시설에 어울리지 않는 대관사업을 펼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해설이 있는 판소리'가 9년 째 이어져온 것은 소리의 고장 전주에서 의미있는 결실이기는 하지만, 공연이 좀 더 대중들에게 가까이 와닿기 위해서는 새로운 고민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전통문화센터의 각종 프로그램이 생명력을 다하면서 새로운 기획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통문화센터에 대한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갈증을 풀기엔 역부족이라는 여론도 있다. 상주단체인 한벽예술단의 상임단원도 인건비 부담으로 6명에서 3명으로 줄이면서 공연이 있을 때에만 외부에서 충원하는 형태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

 

한옥마을과 동선이 떨어져 있는 전통문화센터가 경기전 앞에 홍보탑을 마련, 카탈로그를 비치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민영 관장은 "전통문화센터의 프로그램을 알리는 홍보도 중요하지만,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시민들이 전통문화센터와 어떻게 관계 맺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현재 진행중인 '2010 하반기 문화 나눔 사업'은 지역 예술인들에게 무료로 전시와 공연을 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전통문화센터를 널리 알리는 기회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전통문화센터는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무료 공연장 개방 사업을 통해 지역의 많은 예술단체들이 이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 전주공예품전시관

 

2002년 개관한 전주공예품전시관은 한지문화진흥원에 이어 전주대가 2005년부터 현재까지 위탁 운영해오고 있다. 공예품전시관은 전시에만 갇히지 않고, 지역 공예인들에겐 창작 발표의 장을 제공하고, 전주의 전통공예품을 '보고·체험하고·관광하고·쇼핑하는' 복합문화공간을 내세웠다.

 

공예품전시관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09년까지 8억6700여 만원, 9억6500여 만원, 10억3900여 만원, 11억8600여 만원을 지출해 같은 기간 5억6900여 만원, 7억3900여 만원, 8억4200여 만원, 9억700여 만원, 10억330여 만원의 수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전주시 보조금은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억8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크게 줄어든 반면, 재정자립도는 2005년 76.0%에서 2009년 91.2%까지 증가했다. 공예품전시관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통합사무실을 꾸려 운영경비와 인건비를 절감하고, 연중 무휴로 전환시켜 더 많은 관람객들이 공예품전시관을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근무하는 인력들의 업무 과중으로 인해 처우 개선의 목소리가 높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공예품전시관은 전주시로부터 최소 1억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야 된다고 밝혔다. 한 문화예술인은 "전주시가 보조금을 계속 줄일 경우 공예품전시관은 수익구조를 맞춰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상업시설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며 "민간인이 만든 공예 공방처럼 운영될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왜 돈을 들여 이 시설을 만들었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꼬집었다.

 

일부에서는 공예품전시관이 전주 한옥마을을 대표하는 공동 브랜드를 만들고, 문화상품의 개발과 마케팅도 강화할 수 있도록 공예인들을 네트워킹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공예품전시관은 시설의 노후화로 리모델링을 요구받고 있는 시점에서 전주시의 이같은 보조금 삭감 입장은 상업성이 좇는 공간을 만들 우려가 큰 데다 그 부작용은 시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입장이다.

 

▲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전주한옥생활체험관은 사단법인 전통문화사랑모임이 2002년 민간위탁을 받으면서 개관했다. 개관 당시 방 10개와 대청 4개, 안채와 사랑채로 나뉘어 전통 구들과 양반 가옥의 체험, 전통 음악 감상 등을 겸할 수 있도록 했다. 2008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전통문화사랑모임은 지난해 사회적기업 이음으로 이름을 변경, 자생력 확보를 위한 자구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사회적기업 이음에 따르면 한옥생활체험관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수입은 4억6600여 만원, 4억9600여 만원, 5억800여 만원, 지출은 같은 기간 4억6200여 만원, 5억1800여 만원, 5억800여 만원으로 수입과 지출이 비슷했다. 시 보조금은 2007년 2억600여 만원에서 2008년부터 현재까지는 1억을 지원, 재정자립도는 2007년 45%에서 2009년 80%까지 높였다. 이에 대해 이음은 공공디자인과 농촌 컨설팅을 담당하는 공공작업소 심심, 연주단 달이 앙상블, 자연먹거리를 연구하는 효소 사업단, 고령자 일자리창출을 도모하는 할머니 공방을 운영하면서 자생력 확보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옥마을 내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숙박시설이 늘어나면서 한옥생활체험관이 한옥체험과 관련없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다 보니, 공간이 특성화되지 못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옥생활체험관이 적은 비용이라 하더라도 시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있는 만큼, 소규모의 민박집이나 한옥숙박시설과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숙박체험과 관련된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또한, 한옥생활체험관이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다양한 한옥체험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문화예술인은 "그간 한옥생활체험관은 한옥생활체험의 범위를 아주 넓게 보고, 여러 가지 시도를 해온 결과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며 "하지만 이젠 다양한 한옥숙박시설이 생겨난 만큼 이들을 이끌어나갈 수 있는 새로운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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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도휘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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