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순천 송광사 관음전의 목조관음보살좌상을 비롯해 지난 6월 보물 지정이 예고됐던 문화재 5건이 보물로 확정됐다고 문화재청이 24일 밝혔다.
보물 1660호로 지정된 '순천 송광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및 복장유물'은 송광사 관음전에 있는 불상과 그 복장 유물 35점으로 17세기 중엽을 대표하는 조각승 혜희(慧熙)와 금문(金文)의 작품이다.
복장 유물 중 하나인 발원문에는 이 불상이 1662년 청나라에 볼모로 잡혀갔다가 조선에 돌아와 독살된 것으로 알려진 소현세자의 아들 경안군 내외가 오래 살기를 기원해 만들었다는 제작 배경이 적혀 있다.
조성 배경이 갖는 역사적 의미도 크고 불상 자체의 완성도도 높은 데다, 옷가지들인 복장 유물은 당시의 직물, 염색, 민속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인정됐다.
함께 나온 복장유물 가운데 '대방광불화엄경합론(大方廣佛華嚴經合論)' 등 중요 불교경전 8점은 간경도감본과 팔만대장경의 15세기 인본들로, 희귀한 자료로 평가돼 별도로 보물 1661호 '순천 송광사 목조관음보살좌상 복장전적'으로 지정됐다.
팔만대장경으로 찍은 '재조본 유가사지론 권42'는 고려 고종 34년(1247) 대장경 판각 직후에 찍어냈다는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 1658호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명필인 석봉(石峰) 한호(韓濩, 1543~1605)가 쓴 '천자문'은 현재 전해지는 석봉천자문 가운데 유일한 초간본이라는 점에서 석봉 서체 연구상 가치를 인정받아 보물 1659호로 지정됐다.
조선 세조가 직접 구결(口訣)을 달아 간경도감에서 간행한 '묘법연화경(언해) 권 1, 4'는 보물 1010-2호로 지정됐다.
이번에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들 가운데 순천 송광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의 복장유물 35점과 복장전적 8점은 24~26일 송광사 성보박물관에서 특별전시된다.
문화재청은 이밖에도 지난 4월 사적으로 지정 예고됐던 경남 거제시 둔덕면의 '거제 둔덕기성(屯德岐城. 일명 폐왕성)'도 사적 509호로 지정 확정됐다고 이날 밝혔다.
거제도 서편에 있는 거제 둔덕기성은 7세기 신라시대 축성(築城) 기법을 알려주는 중요한 유적이며, 특히 성벽은 삼국시대에 처음 쌓고 고려시대에 고쳐 쌓아 축성법의 변화를 연구하는 데도 학술적 가치가 크다.
이 성은 일반적으로 폐왕성(廢王城)이라 불려왔으나, 이 명칭은 일제강점기에 발간된 '통영군지'(1934)에 처음 언급됐으며, 더 오래된 문헌인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둔덕기성이라고 기록돼 있어 사적 명칭을 '거제 둔덕기성'으로 정했다고 문화재청은 말했다.
별명인 '폐왕성'은 고려사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문헌에는 고려 의종(毅宗)이 이곳에 3년간 유배됐고, 조선 초 고려 왕족들의 유배지로도 이곳이 사용됐다는 데서 붙여진 이름으로 보인다.
이 성은 당초 의종이 거제도로 유배된뒤 축성된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1999년 이후 수차례의 지표조사와 시굴ㆍ발굴조사, 학술세미나 등을 통해 신라시대에 처음 쌓은 것이라는 점이 밝혀졌으며 유물들로 볼 때 신라 경덕왕 때 거제군의 치소성(治所城. 지금의 군청소재지)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문화재청은 이날 국가지정문화재인 국보ㆍ보물 가운데 조각류 석불ㆍ마애불 123건(국보 5건, 보물 118건)과 전적ㆍ서적ㆍ서각류 352건(국보 48건, 보물 304건)의 지정명칭도 변경했다고 밝혔다.
명칭 변경은 지명을 덧붙이고 어려운 한자말을 쉬운 말로 고치고 문화재의 형태 등에 따른 명명 방식을 통일시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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