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일(수석논설위원)
전북 정치의 일번지는 전주다.요즘 전주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정치 행태를 보면 역겨움이 절로 난다.떡줄 사람은 생각치도 않은데 자기네들끼리 막걸리 잔이나 나누면서 차치고 포치고 하기 때문이다.친구들끼리 만나 대포잔 기울인 것을 나무랄 생각은 없다.하지만 명색이 공인이란 사람들이 불구대천지수처럼 막말할 때는 언제고 마치 손바닥 뒤집듯이 너무 가볍게 놀아 가소로움이 절로 나기 때문이다.
박종문 정무부지사가 취임을 계기로 지난 지방선거 때 친구들간에 껄끄러웠던 앙금을 씻어 내기 위해 전주에서 지난주 막걸리 파티를 열었다.정동영의원과 장세환의원 송하진전주시장 김희수 전도의회의장 등이 참석해서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발전에 동참키로 하는 등 우의를 과시했다.이날 자리를 함께 한 면면들은 전주고 48회 동기들로 결혼식 사회까지 볼 정도의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그러나 이날 만남은 표면상으로는 화해를 한 것처럼 보였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속내가 가득했다.'저는 많이 부족한 대통령 후보였습니다'라는 반성문까지 쓴 정의원은 당장 10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당 대표 출마를 염두에 두고 또다시 전주와 도내서 표를 얻어야 할 입장이고 장의원도 누가 당권을 잡느냐에 따라 다음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지난 시장선거에서 송시장을 폄훼하고 김 전 도의장을 추켜 세워 여론으로부터 등 돌려진 장의원은 화해 제스쳐를 보내 여론을 자기 쪽으로 되돌려 놓고 싶은 생각이 꿀떡 같았을 것이다.
문제는 자기네들끼리 모여서 앙금을 털든지 말든지 상관할 바는 아니지만 시민들을 안중에 넣지 않았다는 것이다.정의원의 송시장 공천 배제 발언으로 촉발된 문제라서 전주시민들은 정의원 한테 실망이 컸다.발언 당시만해도 정의원은 예전처럼 자신의 말 한마디면 모든 게 끝날 것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결국 정의원은 역풍을 맞고 송시장을 지지할 수 밖에 없었다.힘들 때마다 어머니 품처럼 정의원을 따뜻하게 안아줬던 전주시민들의 시선이 예전 같지 않다.지난 선거에서 송시장이 얻은 표심에 모든게 녹아 있다.정치를 너무 쉽게해 내공이 부족한 탓인지 정의원은 신뢰가 덜 간다.
/ 백성일(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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