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피하려고 기록 남기지 않는 관행 만연…전문인력 배치해 영구 보존·관리 신경써야
"역사는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는 것 뿐만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가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것은 기록으로 이어지죠. 기록은 잘못된 일을 성찰하게 해 삶을 깊이있게 해주고, 잘한 일은 흐뭇하게 떠올리도록 해 삶에 새로운 희망을 줍니다. 그것이 성찰이든, 희망이든 기록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오항녕 본보 문화전문객원기자(49·전주대 교수)가 펴낸 「기록한다는 것」(너머학교)은 기록을 남기는 일과 이를 제대로 관리하는 것의 중요성을 풀어쓴 것이다. 500년 역사 조선의 역동성을 연구해온 그는 "역사학자들이 사료와 기억 사이에서 만만치 않은 분투를 하고 있다"며 "그것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이며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역사가 과거, 현재, 미래의 사람들이 대칭적으로 만나게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근대사회로 들어오면서 진보라는 관점에서 과거의 인간, 현재의 인간, 미래의 인간 사이에 위계 질서가 생겨 대칭성이 붕괴돼 버렸다고 말한다. 여기서 기록은 과거와 현재에서 무너져 버린 대칭성을 회복하는 단서. 기록은 자신의 시대만이 아니라 후대 사람들도 대등한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믿고 맡기는 자세에서 역사의 대칭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기록의 중요성은 현재 민주사회에서도 이어집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물러나면서 재임기간 동안 기록한 각종 메모와 국정 현안 관련 문서자료를 트럭 3대에 나눠 싣고 집으로 가져갔습니다. 혈세를 들여 작성한 막대한 양의 국정 기록을 개인이 사유화한 대표적 사례죠. 그만큼 우리 사회는 기록에 대한 감수성이 없습니다. 국무회의 회의록조차 제대로 작성되지 않고 있는 난감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요.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는 잘못된 관행 때문입니다."
그는 이어 "실록 없이는 조선 문명을 생각할 수 없듯 행정 수행 과정에서 생산된 모든 문서는 등록을 하고, 기록해 시스템에 의해 관리해야 한다"며"훈련을 받은 전문인력이 배치돼 기록을 영구 보존·관리하는 데에도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책은 너머학교 열린 교실의 결과물로 앞으로 「읽는다는 것」,「느낀다는 것」, 「사람답게 산다는 것」,「믿는다는 것」,「몸을 안다는 것」, 「듣는다는 것」 시리즈로 이어질 계획이다.
충남 천안 출생인 그는 고려대학교 한국사학과 대학원을 졸업, 태동고전연구소(지곡서당)와 국사편찬위원회 국내사료 연수과정을 수료했으며, 한국고전문화연구원, 충북우암연구소에서 학인들과 만나면서 읽고 쓰고 있으다. 현재 수유너머구로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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