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맞춤형 코디네이터 추천…'바코드 시스템' 도내 최초 도입…"38세 전에 업계 1위 되는게 꿈"
가업을 잇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제대 후 복학하기 전까지만 아버지 가게에서 일하려 했을 뿐….
아르바이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일이 좋고, 싫고도 없었다. 그러다가 반년이 지나면서 재미가 붙기 시작했다. 주는 대로 받는 월급쟁이보다 한 만큼 돈을 버는 사업가의 매력이 더 커 보였다.
2001년 인하대 화학고분자생물학과 2학년 1학기까지 마치고 휴학했던 20대 청년은 그렇게 우연히(?) 아버지 가게의 '직원'으로 눌러 앉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은퇴한 2007년 명실상부한 '사장님'이 되었다.
전주시 중앙동에서 미용 재료 도소매업을 하는 '구향사' 문대근 대표(31)는 아버지 문사철 씨(64)의 뒤를 잇고 있다.
'오랠 구(久)'자와 '향기로울 향(香)'자를 쓰는 '구향사'는 도내 최초의 미용 재료 도소매상으로서 40여 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13남매의 막내였던 문 대표의 아버지가 '농사꾼은 싫다'며 고향인 완주 운주에서 전주로 나가 얻은 '첫 직장'이기도 하다. 직원이던 아버지는 창업주로부터 가게를 물려 받았다.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경영에 뛰어든 문 대표는 시행착오도 혹독히 겪었다. 20대의 나이에 사장이라는 직함은 무거웠다. 최대 고비는 최고 전성기 직후 찾아 왔다.
몇 해 전 '구향사'의 한 달 매출은 4000만 원까지 올랐다. 당시 동종 업계에서 개인이 올린 매출로는 전국에서도 손가락 안에 들었다. 매출을 7000만 원까지 끌어 올리고 싶었던 그는 '인력 확충'이 대안이라고 판단해 한꺼번에 직원 5명을 뽑았다. 그러나 6개월 뒤 직원들은 '우르르' 그만뒀다.
그는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겪은 명백한 '관리 실패'였다"고 고백했다. 공황 상태에 빠진 그를 일으켜 세운 것은 아버지였다.
'살다 보면 누구나 굴곡이 있다. 어려움을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아버지의 무뚝뚝한(?) 조언이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현재 직원 4명을 둔 그는 당시 시련을 거울삼아 "위에 서려고 할 때는 직원들과 사사건건 부딪쳤지만, 서로 도와준다는 '윈-윈 마인드'를 가지니 직원들도, 저도 모두 편해졌다"며 웃었다.
그는 지난해 9월 전북도와 소상공인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소상공인 맞춤형 코디네이팅 지원 사업'을 신청했다. "상권 1㎞ 반경 안에 유동 인구가 몇 명이고, 그 안에 이러이러한 고객층이 있으니, 어떤 제품과 가격대 군이 낫다는 식의 체계적인 분석을 원했"기 때문이다.
익산상공회의소 전자상거래지원센터 소속 정진수 컨설턴트는 "미용 재료 산업도 점차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합 운영하는 대형 쇼핑몰 위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며 "고객들 역시 신뢰도가 떨어지는 영세 쇼핑몰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독특한 마케팅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 ▲상품의 전문화·차별화 등을 강조했다.
문 대표는 컨설턴트가 추천한 POS(point of sales management·판매 시점 관리) 시스템을 곧바로 도입했다. 도내 미용 재료 업계에서는 최초의 시도였다. 상품 포장지의 바코드를 판독기로 찍으면 해당 상품의 각종 정보가 자동으로 메인 컴퓨터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유통업체는 이 정보를 토대로 수시로 매출 동향을 파악해 재고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그는 "POS 시스템은 이미 대형마트 등 다른 업종에선 보편적으로 쓰고 있지만, 도내 업계에선 아직까지 '구향사'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이 젊고, 패기만만한 CEO는 현재에 머무르지 않고, '플러스 알파'를 추구하는 듯하다.
"새로운 제품을 출시할 때 가격 할인과 사은품 증정, 전단 제작은 판촉 활동의 기본이에요. 미용인들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열면, 1∼2시간 동안 그들과 소통할 수 있고, 잠재적 고객을 발굴하는 데도 훨씬 효과적입니다."
그는 동종 업계 종사자들로 구성된 모임 4군데에 가입, 전국적인 '인적 네트워크'도 구축했다. 그보다 먼저 이 일을 시작하고, 더 많은 것을 이룬 사람들과 만나면서 '이것은 좋구나, 저것은 아니구나' 등의 산지식을 자연스레 배운다.
특히, 모임 '오프라인'은 각별하다. 달마다 실제 오프라인에서 만나 염색약과 펌(permanent)제 등을 직접 만든다. 그렇게 전국에서 뭉친 회원 20여 명은 그들만의 공동 브랜드 '오메가'를 만들었다.
문 대표는 "가령, 파마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컬(curl·말려 있는 상태의 머리)감이 떨어지는 펌제를 회원들마다 아이디어를 모아 공장에 맡겨, 기능이 향상된 제품을 만들어 낸다"고 소개했다.
30대부터 60대까지 연령대가 다양한 이 모임 회원 중에서도 문 대표는 '막내'다. 그만큼 전도가 유망하다는 방증일 터.
그는 신세대답게 출·퇴근할 때나 전주 시내 미용실-하루 20군데 이상-에 물건을 납품하러 갈 때 자동차 안에서 '생존 경쟁'이나 '자기 계발'에 관한 강의가 녹음된 오디오북을 듣는다.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한 몸부림이다.
그는 현재 도내 미용 재료 도소매상을 60개 정도로 추정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 '구향사'의 위치를 '중상'(中上)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올해 안에 가게를 확장·이전하고, 내년에는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유통 채널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38살이 되기 전에 도내 업계에서 1위가 되는 게 꿈"이라는 '총각 CEO'의 당찬 포부가 이 계획표의 탄생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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