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덕(전주대 교수)
스마트폰이 몰고 온 변화가 너무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공간적 시간적 제약으로부터 탈출을 의미했고, 한편에서는 '종속'을 이야기하고 있다. 상호 대립적 평가들이 내려지고 있지만, 스마트폰에 대한 생활의 변화가 통제와 종속을 앞서고 있는 것 같다. 작년 가을쯤 희망자들에 한하여 스마트폰을 지급하겠다는 학교의 방침이 전해졌을 때, 발빠른 대응에 놀라워하면서도 알고 있는 지인들은 내가 신청하지 않았다는 점에 의아해 한 적이 있다.
다들 내가 IT쪽 기기라면 신상족의 기질이 없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잘하는 것인지 주위에 있는 분들이 익숙하지 않은 것인지 재단할 수는 없지만 학교에서 그냥 지급해준다는 것을 마다하는 나의 선택이 이해되지 않았던 모양이다. 사실 속 마음은 앞 다투어 희망하고 싶었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선택을 미루었다. 첫째는 주체할 수 없이 빠져들지 모르겠다는 불안감이었고, 둘째는 아이폰의 저력에서 나타나듯이 콘텐츠의 문제였다. 25만개가 넘는다는 어플리케이션이 개발되었지만, 정작 내가 필요로 하는 어플이 얼마나 있을까라는 우려심이 조금 더 앞서있다. 그것은 또 눈앞에 펼쳐지는 다양한 기능들이 생각하는 것 만큼의 경제적 효율성을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비판적 의견도 한 몫을 했다. 늘 연구실 컴퓨터 앞에서 앉아 있는 사람으로서 스마트폰의 기능은 삶을 변화시킬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스마트폰의 위력은 대단할 것이다. 적어도 그렇게 발전해 갈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스마트폰의 구입을 연기한 것이지 사지 않겠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단기 기기의 우월성이 아닌 그 기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생활의 편리함이 무엇일까에 대해 고민해 보자는 것이다. 이젠 흉물처럼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몇 년전 한옥마을에 RFID를 기반으로 하는 안내기기 설치 사업이 있었다. 국가로부터 교부세 몇 억인가를 받아 설치해 놓은 것이지만 몇 년 되지 않아 애물단지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인간의 삶을 기기를 통해 바꾸어 보고자하는 마음을 탓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세상의 흐름을 읽어 내려면 기기의 효용성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기기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 주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검토가 먼저이다. 기기만을 최신(당시로서는)으로 한다 해서 성공하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사회에서 인쇄된 홍보물이나 RFID기반의 홍보기기나 스마트폰의 사용은 매체의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 정보 획득의 편의성은 그것이 익숙해 질 때쯤이면 더 이상 편리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 다음 성공의 열쇠가 바로 콘텐츠인 것이다. 어진봉안 600주년 행사도, 전라감영 복원 및 4대문 복원사업도 결국에는 콘텐츠를 어떻게 담아 낼 것인가의 문제이다. 스마트폰 열풍 이후 조만간에 한옥마을에도 아니 전국의 모든 지자체들이 지역관광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서 보급할 것이다. 수많은 예산이 들어갈 것이고 또 그렇게 예산이 낭비될 것이다. 적어도 콘텐츠에 대한 고민 없이 개발이 된다면 말이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것을 이제 모두가 다 알고 있는데, 그 콘텐츠를 실현시키지 못하는 것은 스마트폰을 들고 그저 전화와 메시지만 주고 받으면서 스마트폰 사용자임을 자처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전북일보 2010.8.28)
/ 홍성덕(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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