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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관립 문화시설] 3부. 전주 관립문화시설의 사람들

적은 급여·열악한 근무 환경·고용 불안정 '삼중고'…양질의 인력 유인책 미흡

2004년 3월 한옥마을 문화공간 실무자 모임 '한옥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 모임'이 결성됐다. 2006년 '文고리'로 이름을 바꿔단 이들은 전주시 민간위탁 문화시설 실무자들로 참여폭을 넓혔다. 실무자간의 정보 공유가 되면서 연대의 장이 됐던 것. 하지만 현재 한옥마을 내엔 이같은 모임은 없다. 각각의 문화시설은 경쟁상대일 뿐, 연대를 위한 움직임은 사라졌다.

 

전주시가 2002년 한옥마을 문화시설 개관을 계기로 관립 문화시설들에 민간위탁 제도를 도입한 지 9년이 됐다. 그간 수많은 문화인력들이 이곳을 거쳐갔다. 이들은 열악한 급여 조건과 고용 불안정 속에서도 열심히 일해왔지만, 근무환경은 나아진 것이 없다며 현장을 떠나갔다.

 

▲ 문화인력, 열악한 급여·고용 불안정 지적

 

전주시가 민간위탁하고 있는 전주전통문화센터(관장 김민영)와 전주공예품전시관(관장 오영택), 전주한옥생활체험관(관장 김병수), 전주전통술박물관(관장 박시도), 전주역사박물관(관장 이동희), 최명희문학관(관장 장성수)을 비롯해 전주시 5개 문화의집(삼천·진북·우아·효자·인후문화의집)에 몸을 담고 있는 문화인력들은 적은 연봉과 고용 불안정속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문화인력들은 무엇보다 처우가 개선돼야 한다며 3년마다 돌아오는 재수탁 기간엔 고용 불안까지 더해진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전주전통문화센터는 한옥마을 내 국악전용극장을 갖춘 유일한 공간으로 상주단체인 한벽예술단이 다양한 전통공연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한벽예술단도 인건비 부담으로 단원을 6명에서 4명(상주 객원단원 1명 포함)으로 줄인 상황. 현재 이들이 받은 연봉은 2400여 만원. 국악뮤지컬과 같은 자체 기획 공연이 있을 경우에만 객원단원 5~10명을 보충하고 있으나, 차별화된 공연을 준비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문화예술인은 "실무자들이 뭔가 창의적인 기획사업을 내놓을 수 있는 시간과 여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현실 속에서 양질의 인력이 문화시설에 오래 남으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문화인력들에 대한 처우는 열악하면서, 이들이 전문성, 창의성, 성실성까지 두루 갖추길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전통공예품의 전시·판매를 주된 업무로 하는 전주공예품전시관은 상근직 10명 외에도 시간제 고용의 비상근 9명이 번갈아 투입되고 있다. 총무·회계 담당자는 연봉 1900여 만원, 바이전주관, 천년전주명품관, 전통상품관 등의 공예품 전시·판매를 맡는 담당자는 연봉 2000여 만원. 이들이 쉴 경우 대체할 만한 인력이 없다는 게 문제점으로 꼽힌다. 숙달되지 못한 시간제 고용 인력으로 대신하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 관장 역시 다른 문화시설 관장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고 있지만 전주대 교수를 겸임하고 있어, 공예품전시관 운영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전주전통술박물관은 술과 관련된 전문인력인 학예사를 배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들이 술빚기 강좌를 통해 시민들에게 전통술을 알려왔음에도 불구하고, 1700여 만원에 불과한 연봉을 받고 있다.

 

전주역사박물관은 인건비 부담으로 학예연구실장이나 학예연구관 없이 연구직과 행정관리직 등을 담당하는 학예연구사 3명과 연구원 2명, 인턴 1명 등 6명이 근무하고 있다. 연봉은 1900~2500여 만원으로 다른 박물관에 비해 임금이 낮은 수준.

 

또 다른 문화예술인은 "박물관은 연구나 전시 기능이 강화돼야 하는데, 박사급 학예연구관들이 낮은 연봉을 이유로 오지 않는다"며 "그러다 보니 기획력과 전문성의 축적이 어려워지게 된다"고 말했다.

 

개관 5주년을 맞은 최명희문학관은 2006년부터 기획실장을 비롯해 총무 회계, 기획, 전시 안내 담당자 등 4명만이 근무하고 있다. 기획실장을 제외한 사무직 연봉은 1300~2000여 만원에 불과하다. 전주시 민간위탁시설 중 가장 적은 인력으로 많은 사업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문학전문 해설사 등도 배치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주한옥생활체험관 역시 마찬가지. 한옥생활체험관이 시로부터 비교적 적은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지만, 8명이나 되는 사무직의 연봉도 1500여 만원에 그치고 있다.

 

문화의집은 더욱 열악한 상황이다. 지역 주민들의 계층별 문화복지 프로그램을 만들고 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려는 참신한 기획을 내놓고 있으나, 관장의 연봉은 1800여 만원, 사무직 연봉도 1400~1500여 만원에 머문다.

 

한 문화예술인은 "각 시설의 대표자들이 대기업 대졸 초임 수준도 안되는 임금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시와 시민들의 기대를 맞추기 위해 더 많은 헌신을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현실이 계속되면, 문화인력들이 근무환경에 대한 애정이 떨어져 결국 떠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 눈에 띄는 문화전문가 없다는 아쉬움…재개발 노력도 있어야

 

민간위탁 문화시설에 수많은 문화인력들이 거쳐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문화전문가로 성장하지 못한 것은 이같이 낮은 임금과 고용 불안정 등 열악한 환경이 장애가 됐다는 지적이다.

 

또한, 지역문화계에서 문화인력을 바라보는 관점이 극명하게 엇갈리기도 한다. 일부는 문화시설에 근무하는 문화인력을 문화행정가로 보는 반면, 일부는 창의성을 발휘하고 새로운 문화컨텐츠를 생산하는 문화기획자로 여긴다. 문화인력을 문화행정가로 보는 입장은 시가 보조금을 이유로 문화시설의 자율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문화인력들이 준공무원화가 되어간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 문화예술인은 "문화인력들이 예술인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기획서 쓰는 걸 연습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최근엔 기획서, 교부신청서, 정산서만 있으면 연극 한 편이 만들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꼬집었다. 문화인력들조차도 행정에 완전히 복속되고 있다는 현실에 자조적인 입장이라는 것이다.

 

또 다른 문화예술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인력들이 절망하기 보다는 스스로 자기 개발을 위한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며 "이같은 현실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역량을 높이기 위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도휘정기자 이화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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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정·도휘정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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