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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뉴스 연쇄살인

강지이(독립영화감독)

뉴스에서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장관이 딸을 특별채용한 찌질한 사건과 새롭게 밝혀진 지난 외교부 고위 관료 자녀 특채 논란이 한창이다. TV는 이명박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언급한 공정한 사회를 빗대며 뻔뻔하기 이를데 없는 사회지도층의 작태를 비난하고 방지책 마련에 힘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와중에 외교부가 이 사실을 제일 먼저 단독으로 보도한 SBS에 보도 누락 압력을 넣은 사실이 묻힌 게 심히 유감이다. SBS는 지난 2일 〈8시뉴스〉를 통해 이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했고, 이후 외교부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SBS는 특종을 잡고서도 같은날 〈나이트라인〉과 다음날 아침종합뉴스에서 관련 소식을 다루지 않았고, 후속 보도를 내보내지 않았다.

 

요즘 방송가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을 보면 과연 지금 우리가 언론의 자유 시대에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드는 사건들로 가득하다. MBC 〈PD수첩〉 '4대강, 수심 6m의 비밀' 편은 1990년 '우루과이 라운드'를 다룬 방송이 불방된 이래 20년 만에 처음으로 경영진 방송 보류 지시로 불방됐다가 다음 주에 사전 편집 의혹을 받으며 방송됐다. 방송 이전에 국토해양부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는 이 방송분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각 방송사에서 시사고발 프로그램과 교양 프로그램은 위기를 맞고 있다. MBC에서는 〈후플러스〉와 〈김혜수의 W〉가 폐지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주말 〈뉴스데스크〉의 시간대를 밤9시에서 8시로 옮긴다는 방안이 임원회의에서 결정되어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BS는 최근 〈나이트라인〉에서 적자 경영에 시달리고 있는 모회사인 경제전문채널 CNBC 소속 기자가 고정 출연하는 코너를 신설했다. 이에 기자들은 뉴스마저 계열사를 살리기 위해 동원되면 앞으로 SBS 뉴스의 공정성과 뉴스의 질이 심각하게 우려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CNBC 기자 출연에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KBS는 일찌감치 〈시사투나잇〉과 〈미디어포커스〉를 폐지했고, 아예 탐사보도팀 자체를 해체했다. PD 저널리즘과 사회 고발 성격이 짙은 시사 프로그램, 매체 비평 프로그램이 낮은 시청률을 핑계로 자취를 감췄다. 권력과 자본이 싫어하는 보도물을 제작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구조로 변질된 공영방송 KBS는 정치적 독립성과 보도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

 

시청자들은 이 프로그램들이 단지 시청률 때문에 사라지는 것이 아니고 정부와 자본의 언론 장악이라는 밑그림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정부와 자본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근본 이유는 "자기검열이다. 스스로 말에 대해 두려움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목적을 상당히 달성했다." 라고 답했다.

 

언론 자유가 축소되고, '지록위마(指鹿爲馬)' 보도가 노골적으로 늘어난 요즘, 눈과 입이 잘려 버려지는 뉴스들의 신음 소리가 높다. 뉴스 연쇄살인범이 판치는 세상이다. 대한민국 시사 고발 뉴스들이 위험하다.

 

/ 강지이(독립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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