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1 19:35 (일)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흑백필름 속 역사의 진실…조선 망하게 한 일본에 보여주고파"

태조어진 전주봉안 600주년 기념 일본서 '경기전 사진전' 여는 정주하 교수·김병철 컨티뉴 대표

경기전 모습. ([email protected])

지금으로부터 600년 전. 전주부의 요청으로 경기전에 태조 이성계의 어진이 모셔지는 날에도 경기전의 하늘은 높고 푸르렀을 것이다.

 

10월 5부터 11일까지 일본 가나자와 21세기미술관에서 태조 어진 전주 봉안 600주년 기념 '경기전 사진전'을 여는 사진작가 정주하 백제예술대 사진영상과 교수(52)와 김병철 디자인 전문회사 컨티뉴 대표(40)가 다시 경기전 정전(慶基殿 正殿) 앞에 섰다.

 

1800여 컷의 흑백 필름을 위해 수십번, 수백번 드나들었던 경기전이다.

 

경술국치(庚戌國恥) 100년. "너희가 망하게 한 조선이 이런 것이다".

 

사진(寫眞)은 물체를 있는 모양 그대로를 그려내는 것. 서양의 포토그래피(photography)와는 다르다. 흑백 사진으로 담긴 역사의 진실이다.

 

경기전 정전 앞에서 사진작가 정주하 백제예술대 사진영상과 교수(오른쪽)와 김병철 디자인 전문회사 컨티뉴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추성수([email protected])

 

정주하 교수의 고향은 인천. 15년째 살고 있는 전주는 그의 의식이 서고 가장 길게 살고 있는 도시다.

 

현대의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도시 중심에 조용히 살아숨쉬고 있는 고즈넉한 경기전은 이방인에게 가장 눈에 띄는 공간.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작업이었다. 이전에 한 출판사와 종묘 사진을 찍은 적이 있는 정교수는 "왕의 신주(神主)를 모시는 종묘가 혼을 모시는 곳이라면 살아있는 어진을 모시는 경기전이야말로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음은 있었지만 선뜻 시작하기는 어려웠던 작업. 김병철 대표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10여년 전부터 장기프로젝트로 '경기전 문화콘텐츠 개발사업'을 준비해 왔어요. 당시 문화상품 개념이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였는데, 비빔밥이나 부채도 좋지만 전주의 정신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었습니다. 당시 디지털카메라로는 가장 비싼 1900만원짜리 캐논 1Ds 카메라를 사들고 부지런히 경기전을 드나들었죠."

 

김대표는 이미 두 명의 사진작가들과 경기전 작업을 했지만, 결실을 보지 못했다. 정교수를 만난 건 2006년 10월. 그로부터 경기전의 사계절과 한 번의 가을과 한 번의 겨울을 더 거쳤다.

 

"카메라 앵글이 갖는 사진적인 드라마틱함이 있습니다. 저도 광각렌즈로 정전을 기둥과 함께 찍었는데, 인간의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면이에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경기전을 그대로 드러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대상에 대한 존중이지요. 적어도 내가 카메라를 다룰 줄 안다고 해서 재주를 부리거나 장난을 치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흥분이 되어 수백번, 수천번의 셔터를 눌렀지만, 경기전은 과거 대상으로 삼았던 대상들과는 사뭇 달랐다. 경기전과 태조 어진에 대한 조상들의 경건한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정교수는 경기전을 찍으며 스스로 지식의 부족으로 인한 한계를 느꼈다고 했지만, 이미 전문가들을 통해 김대표와 함께 많은 공부를 한 뒤였다.

 

가나자와시가 초대한 이번 전시는 이시카와현 비주얼 디자인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오바 요시미 가나자와학원대학 교수 주선으로 이뤄졌다. 지난해 전주를 찾았던 오오바 교수는 정교수의 사진을 보고 이제야 비로소 경기전의 풍치와 고상함이 느껴진다고 했다. 김대표에게는 30년 전 자신을 보는 것 같다며, 한 지역을 발전시키는 데 있어 디자이너가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했다.

 

전라북도에서 디자이너 2세대쯤 되는 그에게는 사명감이 있다. "후배들이 디자이너로서 전주에서 무엇을 했냐고 물었을 때 자신있게 이런 일들을 했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면서도 관심이 없더라"는 말로 아쉬움도 나타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자료가 될 이번 작업을 단순히 개인 작업으로만 보는 시각이 강했기 때문. 하지만 처음부터 쉽게 이루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이번 사진전은 관주도가 아닌 민간사업자를 통한 전통문화상품 개발이 해외진출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다. 게다가 전시되는 50여 점의 사진을 1년 여에 걸쳐 직접 제작한 전주 한지에 인화했으며, 표구도 전통방식으로 했다. 완벽한 한브랜드 작품인 셈이다.

 

'경기전 사진전'은 현재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에서의 전시를 추진하고 있다. 전주에서는 내년쯤 선보일 예정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