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라(45)는 2003년 베니스비엔날레 본전시와 2005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작가로 참여한 것을 비롯해 광주 비엔날레,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이스탄불 비엔날레 등 각종 비엔날레 무대에서 활발하게 활동해 온 작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레드캣 아트센터 등 해외에서는 종종 개인전을 열었지만, 국내에서는 개인전이 뜸했던 작가가 강남구 신사동 아틀리에 에르메스에서 오랜만에 개인전을 마련했다.
2007년 국제갤러리 전시 이후 3년 만인 이번 개인전에는 제목이 없다. 특정한 제목을 붙여 방향성을 제시하기보다는 관객과 작가 모두에게 자유를 주기 위한 것이라는 게 김성원 아틀리에 에르메스 디렉터의 설명이다.
제목이 없어진 전시는 일견 3년 전 전시보다 더욱 '불친절'하다. 나무로 만든 커다란 숫자 11개가 군데군데 서 있는 공간에서는 닭 울음소리, 노랫소리, 새벽 경매시장의 소리 등 일상에서 채집한 16가지 소리가 64개의 스피커에서 부조화하게 뒤섞여 흘러나온다.
숫자 7은 폭풍우에 부러진 나무 아래 깔렸고 한쪽에선 바다에 떠있던 부표가 세 발 좌대 위에 놓였다. 나무와 부표는 산과 바다에서 우연히 발견해 주워온 것을 FRP로 캐스팅한 것이다. 숫자와 나무, 부표들 같은 오브제들의 사이엔 스피커의 연결선들이 정돈되지 않은 채 깔렸다.
전시 제목이 없어 어떻게 작품을 이해해야 할지 실마리가 잡히지 않는다. 알 수 없는 오브제들이 뒤섞인 풍경은 어지럽고 혼란스럽다. 작가 역시 각 오브제들의 의미를 설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숫자 작업에는 아예 '돈 애스크 미 와이'(Don't ask me why.왜냐고 묻지 마세요)라는 제목이 붙었다.
김성원 디렉터는 오브제 각각은 독립적인 작품이지만 동시에 이 모두가 한 공간에서 모여 만드는 풍경 자체가 하나의 작품이라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작가가 어떤 풍경을 만들어내야겠다고 치밀한 계산 아래 이들을 배치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각각의 오브제를 악기에 비유한다면 이번 전시는 작가가 이들을 한 데 모여 연주하도록 하지만 지휘를 하지 않은 채 이들이 조화롭게, 또는 부조화하게 만들어내는 소리 자체를 하나의 독립된 음악으로 보는 셈이다.
작가는 "원래 기획은 훨씬 더 무질서한(chaotic) 것이었다"며 "관객이 무엇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기대하기보다는 관객도 자신만의 관점이 있을 테니 자유롭게 느끼면 된다"고 말했다. 제목 없는 전시는 결국 관객이 마음대로 제목을 붙일 수 있는 전시이기도 하다는 이야기다.
전시는 12월5일까지 계속된다. ☎02-544-7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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