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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잊혀진 사람들의 기억, 용담 수몰과 담수

홍성덕(전주대 교수)

'박물관'을 흔히 옛 것들만을 모아 보존하는 곳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박물관은 으레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곳이거나 아니면 고리타분한 문화시설쯤으로 인식되곤 한다. 박물관에서 느끼는 문화의 아름다움도 예술적 가치가 매우 뛰어난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지역 박물관은 늘 관람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정보와 영상의 홍수 속에서 지역 자그마한 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의 가치는 저평가 된다.

 

하반기에 들어서면 박물관들이 유물을 구입한다. 수집하거나 구입한 유물은 유물평가를 통해 가치가 부여되고 수집과 구입여부가 결정된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문화유산들을 수집하는 지역의 박물관들은 확보된 예산과 유물의 가치 속에서 갈등하기 마련이다. 그나마 꾸준히 유물을 구입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기는 형편이다.

 

지난주 진안역사박물관을 들렀을 때 유물의 수집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의 이유야 올해 구입유물에 대한 평가였지만, 내일부터 개관하는 용담댐 수몰 지역의 생활유물에 대한 전시 준비를 들러보면서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의 대상이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학계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이다.

 

올해는 용담호가 완공되고 물을 가두기 시작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전라북도에서 용담호가 가지는 의미를 고려할 때, 전북일보에서 기획특집으로 연재하는 것을 빼면 너무나도 조용하다. 용담호 밑 땅에 터 잡고 살았던 사람들이 우리들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나, 그 사람들이 가슴에 묻었던 그리움과 추억을 그저 잊혀진 옛날로 이해하기에 '용담'은 크다.

 

그나마, 진안역사박물관의 전시기획은 소박하지만 큰 '용담'의 이야기를 담으려 하고 있다. 특별전은 용담댐의 '수몰'과 '담수'라는 이중의 표현에 수몰을 택하였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담수와 수몰의 표현은 주체에 따라 변한다. 지역의 삶을 이야기해야 하는 박물관에서 '수몰'의 선택은 개발의 이면에 감추어진 잊혀진 자들을 기억하려는 것이다. '담수'는 개발로 인해 변화한 지금의 삶을 이야기 하는 것이기에, 박물관의 전시목적은 결코 담수가 될 수 없는 것이다. 전시기획은 사실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 갈 수밖에 없다. 고향을 떠나야 했던 수몰 지역민들에게 당신들이 사용했던 어쩌면 하찮은 물건들 항아리, 망태, 홀태, 쟁기, 도리깨 등등 땅에 의지하면서 생활했던 흔적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그렇게 한 점 두 점 면사무소 마당에 옮겨진 유물들이 박물관이 건립되고 수몰 10년이 되는 올해, 잊혀지겠지만 잊혀지기를 바라지 않았던 당시 사람들의 소박한 꿈이 이제야 이루어지는 것이다.

 

전시유물은 너무나도 소박한 것들이다. 유물의 절대적 가치를 따지기도 어려운 20세기의 생활용품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 유물들에는 용담 수몰지에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유물이 담고 있는 가치는 그래서 어느 유물보다 더 값진 것이다.

 

지역박물관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박물관이 살아남는 길은 진안역사박물관의 용담 수몰 전시처럼 어쩌면 현재의 삶을 담아 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해결점에 있다고 할 것이다. 옛날 유물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삶과 물건(objet)을 수집하는 것이 가까운 미래 박물관의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전북일보 2010.10.5)

 

/ 홍성덕(전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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