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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로에 선 관립 문화시설] 4부.다른 지역 관립 문화시설 사례

자치단체 운영…투자 줄고 전문성 떨어지면서 관람객도 감소

부산시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문화회관과 시립미술관 박물관은 투자가 줄면서 민간 문화공간보다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왼쪽부터)문화회관, 시립미술관, 박물관. ([email protected])

부산은 지난달 인구대비 문화기반시설수가 2년 연속 전국 최하위를 기록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8년 부산의 인구 10만명 당 박물관, 미술관 등의 문화기반시설 수는 1.49개로 전국에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은 부산문화회관(관장 최성달), 부산시립미술관(관장 조일상), 부산박물관(관장 양맹준). 부산시는 이 시설들을 직영체제로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예산난으로 자체적인 문화시설 확충에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통계청 결과 발표는 이런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 부산문화회관

 

부산문화회관은 대극장(1423석), 중극장(774석), 소극장(212석)을 비롯해 전시실 2곳과 국제회의장을 갖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다. 1988년 개관 이후 22년 만에 98억을 투입해 리모델링에 착수, 무대시설 및 음향장비 등을 보강해 내년에 재개관할 계획이다.

 

사실 부산문화회관의 시설 노후화에 관한 지적은 오랫동안 제기돼왔다. 지난 2007년에는 한 기획사가 뮤지컬 '미스 사이공'을 부산문화회관에서 유치하려다 실패했다. 작품을 올리기에는 무대가 좁았고, 수입에 관한 배분, 기획료 지급, 협찬이 어려운 회계 등으로 인해 수포로 돌아갔던 것. 결국 이 공연은 재단법인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올려졌다. 두 시설의 결정적인 차이는 운영방식. 부산문화회관은 공무원들이 시 예산으로 운영하고 있었으며, 김해문화의전당은 문화 전문 기획자들이 시비의 출자를 받아 운영하고 있었다.

 

부산문화회관의 지난해 예산은 184억. 전체 예산 중 기획초청공연비용은 10억이었다. 그나마 2006년 2억에서 10억까지 늘어난 상황. 이는 예산 확보의 어려움으로 변화된 시민들의 문화욕구를 채워줄 만한 기획초청공연이 적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뜻한다. 결국 부산문화회관은 공익성에 질식한 전문성을 어떻게 살리는 것인가가 관건. 하지만 '직영체제'인 탓에 공무원들이 이곳에 몇 년 쉬었다가 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경항이 많다 보니 외부 전문가로 채워 전문성을 수혈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산시립예술단의 내부 개혁을 위해 상시평가제와 함께 인센티브제를 시행해 전문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은 지난 7월부터 입장료가 무료화되고, 평일·주말 개방시간을 오후 6시에서 오후 8시로 연장했다. 이미 다른 지역 박물관·미술관의 입장료가 없어진 지 오래지만 부산시립미술관은 특히 주5일제가 정착되면서 시민들의 문화적 욕구가 높아진 데 따른 대응이 발빠르지 못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를 반영하듯 2001년~2002년 35만여 명, 2003년 39만여 명이었던 관람객들이 지난해에도 37만여 명에 머물러 관람객들이 크게 증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부산비엔날레가 열린 해에는 관람객들이 급증했다.

 

미술관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은 기획전, 소장품전 등 전시다. 1998년 개관한 부산시립미술관은 정체성과 방향성을 분명하지 않으나, 부산 미술을 활성화하는 작가들의 전시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총 예산 51억5400여만원 중 소장품 구입에 투입된 예산은 9억4000여만원. 소장품을 보면 부산 현대미술의 제1세대인 임호를 비롯해 부산이 배출한 세계적인 사진작가 김아타 등 총 52점이 수집됐다.

 

임창섭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미술관이 미술관이 먼저 지어지고 소장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종합미술관 성격을 띌 수밖에 없고, 분명한 정체성과 방향성을 말하기가 힘든 면이 있다"며 "다만 전시만 보고 가는 것이 아니라 머무를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어린이미술관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부산비엔날레와 부산미술대전 등이 열리는 기간에는 5개월 가까이 대관 장소로 바뀌어 버린다는 지적도 있다. 이 기간에 찾아 온 관람객들은 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전혀 만날 수 없었기 때문.

 

박상동 부산시립미술관 총무담당자는 "상설 소장품전을 열기도 했지만, 공간을 대관해주면 장소가 협소해져서 어쩔 수 없다"며 "을숙도에 제2미술관에 지어지면 이같은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 부산박물관

 

부산박물관은 부산의 통시대사별 종합 박물관으로서 어느 도시에서도 보기 힘든 선진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부산박물관(1978년 개관)을 본관으로 두고 복천박물관(1995년 개관)과 근대역사박물관(2003년 개관)을 각각 가야사와 근대사 전문 분관으로 하고, 동삼동패총전시관(2002년 개관)과 임시수도기념관(1984년 개관)을 둔 것. 하지만 부산박물관도 노후화로 인한 시설 확충과 함께 사회교육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힘써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2002년 재개관한 이래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이용객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위한 새로운 전시기법에 대한 고민과 함께 가족 단위 관람객들을 위한 넓은 체험장 마련 등이 그것이다. 또한, 부산의 역사 문화를 반영하는 다양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예산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이해련 부산박물관 전시운영팀장은 "5년 마다 전시를 교체하고, 시설을 리모델링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부산이 국제화를 부르짖는 400만 도시라는 점에서 박물관에 대한 적극적인 이해와 지원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복천박물관에는 발굴 전담 인력을 강화하고, 근대역사박물관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확충하는 등 각 박물관마다 운영방향을 설정하고 그에 따른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

 

이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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