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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발레, 볼쇼이 무대서도 '커튼콜'

검은 머리의 로미오와 줄리엣. 이들의 뒤에서 군무를 연기하는 금발의 발레리나ㆍ발레리노들.

 

러시아 발레의 자존심 '볼쇼이극장'에서 처음 펼쳐진 풍경이었지만 850석을 꽉 메운 러시아 관객들은 이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그리고 공연이 모두 끝났을 때 관객들은 이 처음 보는 아시아 무용수들에게 뜨거운 갈채를 보냈다. 3층과 4층 객석에 앉아있던 관객들 중 많은 이들이 기립해 박수를 보내기 시작했고 주역 무용수들이 무대의 막 뒤에서 다시 나오자 1층에 앉아있던 관객들까지 모두 일어나 환호했다.

 

지난 7~8일(현지 시간) 한ㆍ러 수교 20주년을 기념한 교환공연으로 볼쇼이극장에서 유리 그리가로비치 안무의 '로미오와 줄리엣' 주역을 연기한 한국 무용수 9명은 현지 관객들로부터 이렇게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8일 줄리엣을 연기한 국립발레단의 김지영은 기대 이상의 호응에 "커튼콜이 나올 줄 모르고 무대 뒤로 들어갔는데 현지 스태프들이 '관객들이 기다리니 빨리 다시 나가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관객들 반응이 좋아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서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은 주인공인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해 이들의 사촌으로 주인공에 버금가는 비중인 머쿠쇼와 티볼트역, 줄리엣의 부모인 캐풀렛 영주와 부인, 줄리엣의 정혼 상대인 패리스 역할까지 주요 역할을 모두 맡았다.

 

지난 9월 말 국립발레단이 한국에서 초연한 유리 그리가로비치 안무의 '라이몬다'에 볼쇼이발레단 주역 무용수들이 초청받아 국립발레단 무용수들과 함께 공연한 것과 마찬가지 방식이었다.

 

세계 최정상으로 꼽히는 볼쇼이발레단에 유럽의 뛰어난 무용수들 2~4명이 초청돼 함께 공연한 적은 있지만, 이렇게 많은 무용수가 한꺼번에 초청받아 볼쇼이 단원들과 함께 공연하기는 처음이었다.

 

볼쇼이발레단의 남자 무용수들은 머쿠쇼역인 윤전일의 친구들로 등장해 밑에서 들어 올려주고 티볼트역인 이영철의 부하들로 등장해 뒤에서 군무를 췄다.

 

1막 무도회 장면에서 캐풀렛 영주 부부인 윤혜진과 이수희는 무대 중앙을 휘저으며 볼쇼이 단원들과 손을 잡고 군무를 이끌었다.

 

극의 초반에 나오는 이 장면에서 윤혜진과 이수희는 의상으로 구별하지 않으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볼쇼이 단원들과 한 덩어리로 움직였다.

 

게다가 극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국립발레단의 주역 무용수들은 동작의 테크닉이나 감정표현 등 모든 면에서 볼쇼이 단원들 못지 않은 훌륭한 연기를 선보였다.

 

특히 유럽 무대에서도 활약한 바 있는 김지영은 평소의 명성답게 이 작품의 핵심인 줄리엣을 지극히 아름답게 표현했다. 특유의 서정적인 움직임과 새처럼 가벼워보이는 점프와 턴 동작들은 볼쇼이 단원들 사이에서도 빛을 발했다.

 

첫날 줄리엣을 연기한 김주원은 풍부한 감정표현으로 줄리엣의 사랑과 슬픔을 호소력있게 전달했다.

 

김현웅 역시 이틀에 걸쳐 김주원, 김지영과 짝을 이뤄 줄리엣과 사랑에 빠진 로미오를 매력적으로 표현했으며 윤전일은 특유의 끼를 발산해 장난꾸러기 같은 머쿠쇼를 발랄하게 연기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에서와는 많이 다른 무대 환경에 제대로 적응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최고의 연기를 펼쳐보였다.

 

볼쇼이극장은 150여년 전에 지어진 옛날식 극장이어서 무대가 관객들의 시야에 맞게 뒤쪽으로 갈수록 점점 높아지는, 약간 경사진 구조로 만들어져 있다.

 

게다가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은 볼쇼이 단원들과 연습실에서 2차례 맞춰봤을 뿐, 제대로 된 무대 리허설을 하지도 못했다.

 

그럼에도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은 볼쇼이 단원들과 겉돌지 않고 조화로운 공연을 펼쳐보였다.

 

7일 공연을 본 러시아 관객 유보피 골로지나(39) 씨는 관람 소감을 묻자 "11살 된 아들과 함께 왔는데 공연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감동적이다"고 했다.

 

볼쇼이 발레학교를 나와 현재 볼쇼이발레단에서 활동 중인 한국 무용수 배주윤(33) 씨는 8일 공연을 보고 "볼쇼이 무대에 주역으로 당당히 선 후배들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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