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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배추파동과 '새로운 먹을거리 질서'

나영삼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장)

아마도 올해 연말 10대뉴스의 첫머리는 '사상 유례없는 배추파동'으로 채워질 것 같다. 온 나라가 배추 때문에 패닉에 빠진 탓이다. 만평에 배추가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올라가는 그림이 등장하고, 신문 1면에는 엄청난 경쟁을 뚫고 배추구입에 성공한 주부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린다.

 

정부는 다급한 마음에 중국산 배추에 대한 수입관세를 일시적으로 푸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고, 대형마트는 신속한 기동력을 자랑하며 대대적인 중국산 배추수입에 나서 짭짤한 재미를 봤다. 불행하게도 농민들을 배려하는 대책은 없다.

 

마치 공기와 같이 여겨지던 배추 하나로 우리사회가 아수라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온 사회가 놀라고 있다. 예전에 배추밭을 통째로 갈아엎던 참혹한 심정을 기억하는 농가들은 그때와 지금이 왜 이렇게 대응방식이 다른지 의아해 한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 쏟아진다. '근본원인을 지구온난화에서 찾아야 한다', '산지수집상의 밭떼기 횡포 덕분이다', '4대강으로 채소생산지가 줄어서 그렇다,', '협동조합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다', '후진적인 유통구조 때문이다.' 등등.

 

배추파동의 근본원인은 먹을거리에 관한 생산자와 소비자의 사회적 거리가 멀어져 있다는 데 있다. 시장논리로 무장한 수집상과 대형마트, 식품업체가 그 간극을 메우고 있는 형국이다. 생산자는 무엇을 얼마나 생산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농사지어 삶을 꾸려가는 일만으로도 너무 힘겹고 버겁다. 반면 소비자들은 얼굴있는 먹을거리 선택권이 없다. 소위 시장이 차려내는 먹을거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 농민의 자부심은 무너지고 소비자의 생산자에 대한 배려는 사라진다.

 

불행하게도 '나라를 뒤흔든 배추의 생각지도 못했던 위력'같은 류의 먹을거리 대란은 언제, 어디서든 되풀이될 수 있다. 우리가 처한 구조와 환경이 그렇다. 수출중심의 우리경제구조상 농업분야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소위 '반도체 팔아 쌀 사먹자'는 논리가 여전한데다, 국가차원의 제대로 된 식량자급전략과 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생산과 유통, 소비가 제각각 따로 놀고, 그 사이에서 이득을 취하는 다양한 그룹이 존재하는 사회질서를 용인해왔기 때문이다.

 

먹을거리에 대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자는 움직임이 전 세계에 걸쳐 확산되고 있다.

 

가까운, 얼굴있는 지역먹을거리를 먹자는 소위 로컬푸드(Local Food/ 얼굴있는 지역먹을거리)운동이다. 국경을 넘나드는 글로벌푸드에 의존해서는 건강한 밥상은 물론, 먹을거리 다양성 유지, 소농의 생존, 지구환경의 보전도 어려울 것이라는 지구촌 시민사회의 집단적 자각에서 비롯된 실천이다.

 

최근 전라북도에서는 완주군의 로컬푸드사업이 눈에 띈다. 밥상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두레농장을 조성하고, 직거래장터, 건강밥상꾸러미 직배송 사업을 시작했다. 마을단위 협업을 장려하고 소농과 고령농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한 점도 이채롭다.

 

소비를 배려한 생산, 생산을 배려하는 소비, 이 새로운 먹을거리 질서만이 배추파동의 재현을 막는 현명한 대책이다. 생산자에게 자부심을 돌려주고 소비자의 건강밥상을 보장하는 상생방안이다. 본격적인 논의와 정책, 사회적 실천이 필요하다.

 

/ 나영삼 (완주군 지역경제순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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