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국회 국정감사가 지난 주말 끝났다. 3주간의 올해 국감도 '맹탕 국감' '불량 국감'이란 비판 속에 제도개선론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변변한 이슈 하나 제대로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여느 때와 다름이 없다. 중앙무대와 궤를 달리하는 지방으로선 그런 인상이 더욱 짙다. 저급한 질문 또한 여전히 판을 쳤다.
'걸핏하면 고소·고발장'이란 제목의 국감보도. 각박한 우리지역을 다시 거울로 쳐다보게 하는 뉴스였다. 사회적 병폐가 시정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예년 자료를 업데이트한 재탕·삼탕식 자료이지만 이를 칼처럼 벼리면 사회가 변하지 않을까? 왜 도마뱀처럼 꼬리를 자르지 못하고 해를 거듭하면서 이토록 야단일까? 자신의 권리를 찾고 법질서 확립 차원에서 보는 눈이 달라서일 게다.
법치주의라는 미명하에 '아니면 말고'식 고소·고발장은 진즉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국감자료를 보면 작년 9월부터 지난 8월말까지 한해동안 전주지검 본청과 지청에 접수된 고소 및 고발사건 접수는 전년도 미제사건을 포함해 2만3천여건에 달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 가운데 범죄사실이 인정된 기소사건은 불과 30%인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나머지 70%는 무혐의 처분되거나 범죄 사안이 매우 경미한 내용 등으로 밝혀졌다. 전년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세태가 달라지는 게 없다.
전북사람은 툭하면 고소·고발에 의존하는 이미지로 인식되지 않을까 부끄럽다. 억울하거나 사회적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한 수단일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의 목표는 선진국이다. 그러자면 경제 뿐 아니라 정치, 문화, 관습 등 모든 면에서 선진사회가 되어야 한다. 항아리는 그 주둥이 높이가 같아야 물을 가득 채울 수 있다. 무슨 명분이라도 무고사범은 다스려야 한다. 사회 안정과 국민통합에 관한 일이기 때문이다. 검찰수사도 세금으로 진행되고 불필요한 수사력 낭비라는 인식에서 이는 후진적 관행이다.
이해관계의 제반 문제를 법 감정으로만 풀려는데 발목이 잡혀서는 그 수준의 사회에 머물 수밖에 없다. 16세기 유학자 퇴계 이황은 아름답고 선한 사회를 위해 인간의 마음을 중시했다. 사람은 '리(理)라는 본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절대적으로 선한 존재라고 갈파했다. 다만 정감인 기(氣)의 맑고 탁한 정도에 따라 선과 악이 있다고 보았다. 수양을 통한다면 도덕적 행위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수양은 생각을 바꾸고 실천하게 한다.
떳떳한 전북을 세우는 일은 우리가 마음먹기에 달린 문제다. 각계에서 자중지란(自中之亂)의 반목과 질시를 비판할 역량이 만들어져야 한다. 미래의 전북 실현을 위해 옴치고 뛰어볼 생각들이 필요하다. 건강한 사회건설은 힘들어도 파괴는 쉬운 법이다. 공동체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악습이 자신에게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고질적이고도 광범위하게 만연된 폐단 근절에 정치권이 못하면 지식인들이라도 그 중심을 잡아야 한다.
지금 산에서는 가을이 내려오고 있다. 울긋불긋한 단풍이 제맛 나도록 물들려면 며칠 더 있어야 한다고 한다. 아름다운 단풍은 저 혼자서 자태를 만들지 못한다. 자연조건의 많은 영향이 복잡하게 얽혀서 생물학적 성분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다. 한 사회의 성숙도는 저 홀로 물들 수 없는 이치를 단풍에서 배워야 한다.
/ 최동성(본지 기획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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