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전보다 지금 제 음악적 통찰력이 더 깊어졌습니다. 19년 전에도 연주를 잘했지만 지금 더 잘합니다.(웃음)"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차크 펄만(Itzhak Perlmanㆍ65)은 25일 오후 서울 현대카드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나이가 들수록 테크닉이 아닌 음악 그 자체를 즐기게 된다. 말을 할 때 어떻게 발음할까 보다는 어떤 메시지를 전할까를 생각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며 여유 있는 웃음을 지었다.
펄만은 26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ⅩⅡ-이차크 펄만 리사이틀'을 연다. 1991년 이후 첫 내한공연으로, 1991년부터 함께 해온 피아니스트 로한 드 실바가 같이 무대에 오른다.
"내가 콘서트에서 듣고 싶은 곡을 선정했다"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F장조,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9번 '크로이처', 브람스의 'F.A.E.' 소나타 중 스케르초 C단조, 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환상 소품 등을 연주한다.
1945년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그는 4살 때 앓은 소아마비로 오른쪽 다리를 완전히 쓸 수 없게 됐지만 뛰어난 재능과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로 우뚝 선 입지전적인 인물.
미국 줄리아드 음대에서 이반 갈라미언 교수와 도로시 딜레이 교수를 사사한 그는 1964년 세계적인 권위의 리벤트리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뒤 베를린 필, 뉴욕 필, 런던 필 등 세계 유수의 교향악단과 협연해 왔다.
그는 특히 현란한 테크닉 속에 담긴 따뜻하고 풍부한 감성과 고전부터 현대곡까지 아우르는 넓은 레퍼토리 등으로 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그래미 상은 평생 공로상을 포함해 모두 15차례 수상했다.
바이올린 연주자뿐 아니라 줄리아드 음악원 교수와 지휘자로도 바쁘게 활동하는 그는 "활동 비율을 보자면 연주자로서는 50∼60%, 지휘자로서는 20%, 나머지가 교육"이라며 "세 가지 일을 동시에 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틈이 없다. 지휘와 교육 활동을 통해 연주가 더 좋아지는 등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음악원에는 한국 학생들이 많아 한국은 친숙한 나라"라고 말한 펄만은 자신만의 교수법을 소개했다.
"학생들에게 연주하는 자신의 손과 몸, 그리고 마음을 느끼는 한편, 연주한 곡을 경청하라고 강조합니다. 전 학생들에게 어떤 점을 개선하라고 명령하기보다는 '지금 너의 연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고 묻죠. 학생들이 가진 긍정적인 측면을 많이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유대계인 펄만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쉰들러 리스트'와 장이머우의 '히어로', 롭 마셜의 '게이샤의 추억' 등의 곡을 연주하는 등 영화 음악 작업에도 활발하게 참여했다.
"언제나 할리우드로부터의 러브콜을 기다리고 있다"며 활짝 웃은 그는 "'쉰들러 리스트'는 정치적인 이유보다는 그 자체가 사실에 입각한 감동적인 이야기인 데다 내가 좋아하는 작곡가 존 윌리엄스가 참여를 권했기 때문에 작업하게 됐다. 가자 지구 등 이스라엘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좋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음악은 국제적 언어이기 때문에 기회만 된다면 이 지역의 평화를 위해 연주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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