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코하마 미술관, 어린이 아틀리에
일본 굴지의 미술관에 속옷만 하나씩 걸친 유치원생 40여명이 붓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다닌다. 하얀 도화지가 깔린 바닥은 모두 아이들의 그림판이다. 웃옷도 벗었으니 널찍한 그림 놀이터에 조심해야 할 것도 별로 없다. 그야말로 '붓 가는 대로'이곳 저곳에 그림이 그려진다.
요코하마 미술관 '어린이 아틀리에'에서 각 유치원의 신청을 받아 진행하는 '아동 워크숍'프로그램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 그리고 미술관과의 거리를 자연스럽게 좁히자는 취지다.
그렇다고 조기 예술교육 차원의 프로그램은 아니다. 미술과의 거리감을 없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시각을 어려서부터 길러주고, 이를 통해 삶을 질을 높이자는 의도다. 그림을 통해 창의성을 길러주자는 목적도 있다.
미술관에 온 아이들은 우선 붓과 물감 등 미술도구 사용법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그리고 이 도구를 활용, 마치 놀이처럼 그림을 즐긴다. 미술, 그리고 예술활동과의 즐거운 만남이다. 물론 미술관에 온 만큼, 전시실 작품 관람도 이어진다.
야마사키 유 요코하마미술관 학예교육 주임은 "아이들이 거리낌없이 놀고 즐기면서 미술과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면서 "색과 모양 선택에 고민하고, 또 도움을 요청하는 과정을 통해 생활능력을 길러주는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이 미술관은 단순한 관람 장소가 아니라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작품을 만들면서 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문화예술 공간으로 이름이 나있다. 평일에는 초등학교·유치원과 연계한 프로그램, 그리고 주말에는 가족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미술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민과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체험 프로그램에는 신청자들이 몰려 경쟁률도 높다.
▲ 아카렌카 창고·뱅크아트 1929
세계적인 창조도시 요코하마에는 근대문화유산과의 새로운 공존을 시도한 이색적인 문화예술공간이 적지 않다. '아카렌카 창고'와 '뱅크아트 1929'가 대표적인 공간이다.
1911년과 1913년 2개의 동으로 건립돼 항구 물류 창고로 쓰였던 아카렌카(붉은 벽돌) 창고는 각각 현대식 쇼핑몰과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신,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2002년 새롭게 문을 연 후, 단박에 시의 명물이 된 이 곳은 현대미술 축제인 '요코하마 트리엔날레'의 중심 공간이기도 하다.
'뱅크아트 1929'는 1929년에 세워진 후지은행의 옛 건물을 개조한 문화공간이다. 요코하마시는 지난 2004년 은행측으로부터 기증받은 이 근대식 건물에 문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민간단체를 입주시켰다. '뱅크아트 1929'에서는 각종 전시회와 함께 '뱅크아트 스쿨'프로그램을 마련,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을 대상으로 8주 일정의 문화예술 강좌를 연중 실시하고 있다.
이케다 오사무 뱅크아트1929 대표는 "지역 예술가들에게 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한국 등 해외 문화예술단체와의 교류사업도 추진하고 있다"면서 "자치단체에서 보조금을 받지만 자체 수익사업을 통해 자립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시청 로비에서 열리는 시민음악회
도시 규모에 비해 낡고 비좁은 요코하마시 청사 로비에 지난달 10일 시민들이 모여들어 자리를 잡았다. 시민들에게 클래식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지난 1970년부터 해마다 시청에서 열리는 시민음악회의 관객들이다.
시 청사에 마련된 가을 무대에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지역의 예술가들이 차례로 섰다. 이번 무대에는 40여명의 예술가들이 신청, 그 중 20여명이 오디션을 통과했다는 게 시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피아노·오보에 연주가 이어지면서 시민 관객들은 시청을 손색없는 음악회장으로 만들었다.
호리에 다케시 요코하마시 예술문화진흥재단 사무국장은 "문화예술을 통한 지역사회 활성화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무엇보다 예술적 역량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려는 아티스트의 노력, 그리고 주민과 예술가들을 연결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공동으로 기획·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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