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살리기 사업구간 중 북한강 유역인 강원 화천군 하남면 원천리 춘천호 호안에서 최근 발견된 한성백제시기 대규모 마을유적은 백제의 서북방 진출을 위한 교두보이자 변경의 전초기지였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매장문화재 전문조사기관인 예맥문화재연구원(원장 정연우)은 원천리 유적에 대한 발굴조사를 계속한 결과 청동기시대 집터 23곳과 같은 시대 석관묘 1곳, 3-4세기 무렵 한성백제 집터 120곳과 같은 시대 구덩이 흔적 120곳 등 대단위 마을유적을 확인했다고 3일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 특히 백제시대 주거지에서 등자(발걸이) 2점과 재갈을 비롯한 마구(馬具)류와 창, 화살촉, 갑옷편 등의 무기류가 다수 출토됐다.
한성백제시대 주거지에서 이처럼 확실한 마구류가 다수 출토되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조사단은 "원천리 유적은 일상적인 생활공간, 혹은 통상의 마을보다는 군사적인 성격을 농후하게 띠는 전초기지 같은 취락으로 판단한다"면서 "특히 한성도읍기 백제시대 화천 일대는 북쪽, 혹은 서북쪽의 낙랑, 고구려 혹은 말갈과의 접경지역이자 백제의 서북방 지역 진출을 위한 교두보였다는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한다면, 군사전초기지 정도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에 수습된 무기류 중 화살촉 가운데 원거리용이었을 대형은 인마(人馬) 살상용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나아가 갑옷 조각인 철제 찰갑은 사람이 사용한 것인지, 아니면 마갑(馬甲)인지 확실치는 않지만 같은 한성시대 유적 중 몽촌토성에서 나온 뼈로 만든 골갑(骨甲)과 경기 가평 대성리 유적에서 발견된 찰갑 등보다 큰 축에 속하며 경남 함안 도항리고분 출토품과 흡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단은 이들 마구류와 갑옷류는 일단 북방계에 속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조사 결과 백제시대 주거지 구조를 엿볼 수 있는 자료도 다수 확보됐다.
일부 주거지에서는 처마도리와 서까래, 추녀, 벽체용 판자 등 당시 건축물을 복원할 수 있는 건축부재가 불에 타 고스란히 내려앉은 채 발견됐다.
나아가 이들 주거지에서는 찍어누른 문양을 넣은 타날문토기(打捺文土器)와 검은빛이 돌며 옻칠을 한 흑색마연토기(黑色磨硏土器) 등의 백제시대 토기류가 대거 발굴됐다.
조사단은 "토기류는 경질무문토기(硬質無文土器)보다는 각종 타날문토기가 압도적으로 확인되며, 백제 색채가 완연한 토기류가 다량으로 출토된 점으로 보아 백제시대 초기의 동쪽 경계가 적어도 이곳까지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면서 "나아가 풍납토성으로 대표되는 백제 중앙에서 유행하던 중앙 양식의 토기가 지방으로 확산되는 과정도 잘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외에도 각종 금속유물과 유리제품이 나왔고 일부 구덩이에서는 인골 편과 짐승 뼈가 출토됐으며 U자형 삽날과 괭이, 낫을 비롯한 각종 철제 농기구도 수습됐다.
이들 주거지는 공중에서 내려다본 평면 형태가 대체로 철(凸)자형, 여(呂)자형, 혹은 육각형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단은 "이번에 출토된 마구류 등의 일부 출토유물에 대해 고고학계 일부에서는 5세기 정도로 보는 견해도 있을 수 있지만 이번 조사 결과 드러난 집터 구조와 출토 유물 등을 종합하면 3~4세기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기존 유물의 연대 추정에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백제시대 주거지 중 3곳에서는 곡물인 팥이 발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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